오바마보다 존재감…아베와의 회담에 초미의 관심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유럽 방문을 마치고 19일(현지시간) 부터 이틀간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페루로 향한다. 하지만 그가 APEC 회의에 도착한다 해도 존재감은 옅을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우려가 APEC 회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TPP 추진의 동력을 잃은 오바마 대통령은 TPP 협상 참여국 정상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경청해야하는 입장이다.APEC 회의에 참가하는 주요국들은 대부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회원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년 백악관에 입성할 트럼프 당선인은 대표적인 TPP 반대론자다. 연내 미국 국회에서 TPP 비준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물 건너 갔다. 데보라 엘름스 아시아무역센터 소장은 "TPP는 이제 확실히 죽었다"며 "트럼프가 TPP보다 더 좋은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아직 TPP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회원국들도 있다. 이들은 1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진행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의 만남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가 TPP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아베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 TPP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TPP가 좌초되자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중국, 한국, 일본, 호주 등 6개국과 아세안(ASEAN) 10개국이 참가하는 이 협상은 TPP 좌초로 불안해하는 국가들에게는 좋은 대안이다. TPP 회원국 중 7개국은 RCEP 회원이기도 하다. 올해 APEC 회의 의장국이자 TPP 회원국인 페루는 벌써 RCEP 참여를 위해 중국과 협의중이다. 에두아르도 페레이로스 페루 무역장관은 최근 리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RCEP 협상이 상당히 진전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엘름스 소장은 "TPP를 죽이는 것은 중국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같은 상황을 환영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지는 이번 APEC 회의에 참석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 기회를 이용해 라틴아메리카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서치회사인 드래고노믹스의 아더 크로버 이코노미스트는 "TPP와 같은 역내 무역협정에 관심이 없는 트럼프는 중국에 있어서는 기회"라며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아태지역의 통합을 위한 규범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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