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주년 행사 대대적으로 준비한 기업, 최순실 게이트 터지자 없던 일로신문 1면 장식했던 박대통령 방문 사진은 패러디물에 등장 '흑역사'로 대통령 센터 방문 맞춰 총수까지 내려갔지만 이젠 '장애'일 뿐 스타트업 성과 내도 홍보 못 해…일부 센터에선 구인난 시작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에서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서울ㆍ경기권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하는 한 대기업은 내년 3월 개관 2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했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스타트업들이 거둔 성과를 평소에도 각별히 신경써 알려온 터였다. 2주년 행사는 청와대,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박근혜 정부의 상징인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또 다른 실세였던 차은택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18개 기업들에게 센터는 한순간에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2주년 행사는 원점 재검토로 돌아갔다. 11일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센터를 처음 만들 때 내부에서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면 남아있겠냐'고 우려하면서도 기업들이 경쟁하듯 지원하기 시작했다"며 "정권에 밉보여서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경북 지역에선 다른 곳과 달리 중앙정부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는 센터도 생겼다. 스스로 창조경제 전파에 나선 기업은 이를 '민간 자율형'이라 설명했다. 이 기업 임원은 "그만큼 기업들이 정권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오히려 장애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의 대표적인 홍보수단이었다. 대전ㆍ충청권에서 센터를 운영하는 대기업은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 방문에 맞춰 회장도 내려가 "창조경제에 매진하고 있다"는 의지를 드러낼 정도였다. 지금은 분위기가 반전됐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입주한 스타트업이 성과를 낸다해도 대외적으로 알릴수 있겠나"며 "그만큼 센터에 대한 기업들 관심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털어놨다. 센터 위상이 추락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14년 11월 박 대통령은 전라도 지역의 창조경제센터를 방문했었다. 탄소산업 전시장을 둘러보던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탄소섬유 기타'를 들고 코드를 잡았다. 해당기업 한 직원은 "당시엔 신문 1면에 도배했던 사진들이 지금은 '흑역사'로 남았다"며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모친 생일에 노래를 부르는 것을 패러디한 동영상에 그때 사진이 나올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토로했다. 일부 지역 센터에선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선 현재 센터장을 뽑고 있다. 그러나 지원자는 인천 2명, 부산은 1명에 그쳤다. 억대 연봉을 준다 해도 '창조경제'라는 직함을 거부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예산은 1곳을 제외하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나눠낸다. 대기업에서 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은 "스타트업에 대한 금액 지원은 정부와 반반으로 나눠한다"며 "따지고 보면 센터 파견된 임직원 인건비도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기부금 혹은 펀드형식으로 센터에 투자했다. 재계에선 기업들이 내년부터 계산기를 어떻게 두드리냐에 따라 창조경제센터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본다. 국회에서 내년 센터 관련 예산을 삭감한다고 으름장을 놓자 이미 동력은 상실된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돈이 들어갔지만 운영주체는 정부다. 기업은 위(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지원만 하는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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