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사사로운 인연 끊겠다'…목소리 떨리고 울먹이기도

생중계·질의응답 없이 9분동안 진행…어두운 의상으로 침통함 내비쳐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이미 마음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파문에 사과하며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한 참회를 비롯해 검찰 수사 협조, 그간의 심정 등을 9분여간 비교적 세세하게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수척해진 얼굴로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들어온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사이비 종교설을 해명할 때는 잠시 울먹이는 듯 말을 잇지 못했고 중간중간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최씨와의 인연을 소상히 밝히며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다"고 말하는 부분에는 굳은 의지가 엿보이기도 했다. 담화 말미에 경제ㆍ안보 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국정 정상화를 강조할 때도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대국민담화는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지난번 사과문은 사전 녹화로, 약 90초 동안 짧은 원고만 읽고 취재진 질의응답 없이 끝나 여론이 악화되기도 했다. 이번 담화문은 여론의 동향을 감안한 듯 사죄 표명을 비롯해 검찰 수사 방향, 후속 조치 등에 대해 세세하게 다뤘다. 담화문 속 문자 수는 1970여개, 단어 수는 450여개로 집계됐다. 취재진의 질의응답은 받지 않았지만 담화가 끝난 후 기자들 앞으로 다가가 "여러분께도 걱정을 많이 끼쳐서 정말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고 말했다. 대국민담화에서는 회색 계통의 어두운 색상 재킷을 입어 이번 사태에 침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의상은 직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지곤 했다. 지난해 8월 대국민담화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빨간 재킷을 입고 경제활성화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빨간색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2012년 대통령 취임식 때와 2014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는 국방색 재킷 차림으로 등장했다.대통령 담화에 이어 청와대 참모진도 사태 수습을 위해 국회에 협조를 구한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수석이 이날 국회를 방문, 여야 지도부를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방 시간은 대통령 담화 후 국회 운영위원회 시작 전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통령 담화 내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드러내듯 이날 온라인상에는 '대통령 대국민담화문 예상본'이 돌면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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