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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헌정사상 초유의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세간의 시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람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등 각기 당·정·청에서 박 대통령을 보필한 최측근들이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최순실 게이트 앞에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지난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등장한 이 대표는 명실상부한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그는 17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당시에는 박근혜 후보캠프의 대변인·특보를 지냈고, 경선 탈락 이후에도 박 대통령을 따라 '박근혜의 입'으로 불리기도 했다.특히 이 대표는 최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은 물론 각종 국정자료를 보고 받던 2013~2014년 동안 청와대 정무·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다시 말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대통령의 입과 귀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전날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도 연설문을 준비한다든지 할 때 친구 이야기도 듣는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이어 박 대통령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자 '의원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말만 반복했다.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이 대표가 진상규명과 고언(苦言) 대신 침묵을 선택하면서 비주류를 중심으로 '사퇴론'도 나오고 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당 지도부가 타개책을 내놓을 수 없다면 거취에 대한 대승적인 결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박 대통령의 연설만 10년을 담당해왔던 조 전 비서관(현 한국증권금융 감사)은 침묵 대신 잠적을 선택했다. 지인에게 '연설문이 자꾸 이상하게 돼 돌아온다'고 토로했다던 조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부터 올해 7월까지 연설기록비서관으로 재임했다. 이번 의혹과 관련한 핵심 증인인 셈이다.하지만 조 전 비서관은 의혹이 확산된 전날 한국증권금융에 출근하지도 않았고, 자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한국증권금융에 휴가원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박 대통령 아래서 경제부총리를 지내며 '친박(親朴) 실세'로 불렸던 최 의원 또한 이번 의혹에 함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24일 개헌론을 꺼내들자 즉각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개헌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응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비박계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대통령 주위에 바른말 하는 충신들이 많이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본인하고 가까운 이들에 둘러 싸이다 보니 판단이 흐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경제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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