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작년 8월 이어 또 직접 대국민사과 검찰수사 악재 떨칠 승부수 '도덕경영'…뉴롯데 혁신안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다시 고개를 숙였다. 롯데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종료된 이후 일주일여 만이다. 지난해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직접 나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신 회장이 14개월만에 또 다시 공식 석상에서 몸을 낮춘 것이다. 이번에는 각오가 더 비장해졌다. 검찰 수사로 만신창이가 된 그룹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신 회장은 도덕경영에서 승부수를 찾았다. 신 회장이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은 지난해 8월 그가 쇄신안을 발표한 장소다. 당시 신 회장은 롯데호텔 상장과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장소만 같았을 뿐 이날 발표한 혁신안의 알맹이는 확 바뀌었다. 신 회장은 이날 자신이 추진하던 롯데그룹의 아시아 톱10그룹 도약을 위한 '2020비전' 대신 질적 성장목표를 수립하는 것과 '도덕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설치를 가장 큰 그룹의 혁신책으로 꼽았다. 또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구조 개선, 그룹 정책본부 축소 개편, 계열사 책임경영 강조, 5년간 40조원 투자로 7만명 고용 비정규직 1만명 정규직 전환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준법경영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태 점검 및 개선작업을 맡는다. 외부 전문가 참여를 통해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예정이다. 준법경영위는 올해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에 필수 설치되는 투명한 의사결정을 감독하는 조직인 투명경영위원회와 함께 그룹의 준법경영이 뿌리내릴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신 회장은 기대했다. 롯데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톱 10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하지만 고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산업 생태계내 갈등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판단, 외형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목표를 재설정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더 이상의 혼란 없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50년 전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일념으로 롯데를 창업하신 신격호 총괄회장의 기업보국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신 회장이 이날 도덕경영과 투명경영을 앞세운 것은 롯데를 뼛속까지 탈바꿈해 국내 재계 5위인 롯데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롯데 경영의 '대수술'을 선언할 만큼 그룹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롯데그룹은 이날 기자회견 주제도 당초 '쇄신안' 발표에서 '혁신안'으로 변경했다. 쇄신의 사적적 의미는 그릇된 것이나 묵을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묵은 관습이나 조직 등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한다'는 뜻의 혁신을 통해 롯데를 탈바꿈한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신 회장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지난달 29일 귀가길에 "우리그룹은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책임지고 고치고 조금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최근 그룹이 처한 상황과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고민한 끝에, 새로운 롯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려한다"고 강조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검찰수사로 상황은 더 악화됐지만 과거의 롯데에서 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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