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의 정계 복귀와 탈당 선언에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정치의 새판을 짜야 한다"고 거듭 말해온 손 전 고문이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을 찾아 은퇴 26개월 만에 복귀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대선 1년여를 앞두고 정계 개편의 촉매제 역할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로 향하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 고문 / 사진=연합뉴스
◆가위, 회고록 파문 몰린 문재인에 '탈당' 충격까지=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손학규 효과'가 거론된다. 향후 그가 만들어 낼 정계 개편의 연결고리가 '변수'라면, 은퇴 이후 꾸준히 지켜온 무게감과 역할론은 '상수'라는 설명이다. 손 전 고문은 2014년 7월 경기도 수원병 재보궐 선거에서 낙선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무게감은 여전했다. 개혁 사상가인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에서 2년 넘게 칩거하면서 현실 정치를 주시해온 덕분이다. 당장 손 전 고문의 '하산'과 당적 이탈은 민주당의 대선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게 뼈 아픈 일격이 될 전망이다. '송민순 회고록'과 여권의 종북몰이로 궁지에 처한 문 전 대표에게 제3지대론을 앞세운 손 전 고문의 탈당이 달가울 리 없다. 손 전 고문은 이날 회견에서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입장을 구체화했다. 일각에선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면서 현 정치 상황을 진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측근들의 예고대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탈당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 / 사진=연합뉴스
◆바위, 혼전 속 안희정 등 입지강화 기회= 손 전 고문은 전날 가까운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올라간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일정까지 앞당겼다는 것이다. 새판을 짜기 위한 청사진을 굳힌 만큼 더 이상 당적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과 문 전 대표는 다소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계 복귀를 놓고 '간을 본다'는 비판을 받아온 손 전 고문에게도 앞으로 정치 행보는 무거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야권의 대선 판세도 혼전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문 전 대표를 견제하기 시작한 같은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손 전 고문의 복귀와 탈당은 자신이 당내 새로운 주자로 설 반전의 기회다. 현재 민주당 잠룡들은 문 전 대표를 향한 여권의 종북몰이에 맞서고 있으나 속내는 다를 수 있다. 내우외환을 틈타 입지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 총선에서 공천 배제로 문 전 대표와 껄끄러운 사이인 이해찬 의원이 같은 충청 출신인 안 지사 측에 설 경우 대선을 14개월 남긴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 / 사진=연합뉴스
◆보, 안철수 등 野 합종연횡 가능성·반기문 등 與주자에게 호재= 역시 반등의 계기를 찾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에게도 손 전 고문 복귀는 호재다.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 입당에 명확히 선을 그었지만 야권의 합종연횡 움직임은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에게 실보다 득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손 전 고문이 몰고 올 대선 변수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등 여권 잠룡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고문이 야권 대선 주자들을 면전에 두고 "현재의 정치 지형으론 안 된다"며 각을 세운 만큼 대선 본선에 앞서 야권 주자들끼리 경쟁하며 힘을 빼는 모습을 여유롭게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여권에선 야권과 달리 반 총장이 독주하며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손 전 고문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중도세력의 통합을 거론하고 있으나, 여권 잠룡들은 셈법 자체가 다르다. 여권 관계자는 "이념이 아닌 이해 관계가 중심인 만큼 비주류 주자들이라도 (손학규식) 중도 통합과는 선을 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손 전 고문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친분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이후 국회 회견장에 섰다. 이 자리에서 "새판짜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민주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생명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개헌론을 고리로 삼은 제3지대론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그는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노력하는 국민의 한 사람이 되겠다"면서 2년 2개월 전 이곳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었다.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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