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경험 책은 엮은 소통·독서의 달인 정양호 조달청장
"공직자자의 소명없이 직업인화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정양호 조달청장
최근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만난 정양호 조달청장(사진·55)은 공직자의 자세를 담은 자기의 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 청장은 지난 2월 취임 후 일과 후 시간을 쪼개 32년 공직 경험을 묶어 최근 원고를 탈고하고 출판사에 넘겼다고 한다. 이 책은 12월에 나온다. 광화문, 과천, 세종, 대전청사 시대로 구분해 공직생활의 경험담을 정리한 것이다. 정 청장은 "저희 세대 공직자들은 장차관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요즘 세대는 다른 것 같다"면서 "후배 공직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정 청장이 취임 이후 빡빡한 업무를 수행하는 가운데서도 비교적 짧은 기간에 수백 쪽 분량의 책을 쓴 것은 평소 그가 많은 독서와 사색으로 생각을 정리해 둔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올해 100권의 책을 읽는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벌써 90권을 읽었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쓴 '축적의 시간'과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가 쓴 '어쩌다 한국인'을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그는 매주 거의 2권꼴로 책을 읽어내는 독서광이다. 최근 그가 읽은 책은 자기계발서다. "힘든 여건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이유를 스스로 찾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감정노동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이라고 평을 썼다. 그는 책을 읽고 보통 다섯 단락 안쪽의 서평을 적어 블로그 등에 올린다. 서평쓰기가 이번에 책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정 청장은 2008년 이후 '예스24' 블로그를 통해 서평과 평소생활에서 느끼는 단상 등을 올려 하루 3만 여명이 방문하는 파워블로거로 널리 알려져 있다. 2~3일에 책 한권을 읽을 정도로 독서광인 정 청장은 2008년 이후 매년 세 자릿수 책읽기를 하고 있으며 분야를 불문하고 해박한 지식을 소유한 관료로 소문이 자자하다.이처럼 책을 읽고 생각을 많이 하는 데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몸에 밴 업무스타일 덕분에 '소통의 달인'이 됐다. 그는 페이스북을 활용해 조달정책은 물론 개인적인 생각 등을 허심탄회하게 알리고 있다. 집무시간 외에 주말 여유시간을 이용해 정책설명, 일하는 방식, 책, 인생, 가족 이야기를 게시한다. 업체 간담회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갖고 있다. 간부들 사이에서 기획재정부 출신 청장이 '정책의 큰 그림'을 잘 그린다면 산자부 출신인 현 청장은 정책 추진과 입안과정에서 정책 수요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즉 조달기업과의 현장소통을 중시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짧은 시간 안에 조달 업무 전반을 훤히 꿰뚫게 된 것도 소통의 덕분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다. 정 청장은 "공공조달시장 규모는 약 110조여원이며 이 중 약 55조여원이 조달청을 통해 집행된다"면서 "드론 등 미래 성장산업 제품을 공공부문에서 선제 구매하고, 신·재생에너지 제품 우대 및 지역 여행·체험 서비스 상품에 대한 공공판로 지원 등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할 것"이라며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입찰관련 규제 개선, 창업초기기업에 대한 조달컨설팅 및 해외 시장개척단 파견 등으로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면서도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의 직접생산 위반 조사 강화, 계약관련 부조리가 있는 공공기관의 계약 사무를 조달청에 의무 위탁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내실화도 추진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유도할 뜻도 분명히 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정 청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행정대학원을 나와 미국 남일리노이대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대한 논문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을 시작했다.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 , 기후변화에너지자원개발정책관, 새누리당 산업통상자원위 수석전문위원 ,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등을 역임했다.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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