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계열사 ROE·PBR 핵심경영지표 기대에 못미쳐""손익에만 집중하는 경영방식에서 벗어나야"…강도높은 혁신방안 나올 듯 김창근 수펙스 의장, 최근 기업문화혁신 강의 "SㆍAㆍBㆍCㆍD로 등급을 부여하는 인사평가 방식 폐지" "글로벌 일류인재 확보, 핵심성과 지표에 포함"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시장에서 우리가 투자한 만큼, 우리가 회계 장부에 적어놓은 만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기업 간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는데 이게 진짜 전쟁이면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다."SK그룹이 기업의 근원까지 혁신하는 '딥체인지'를 12일 CEO 세미나에서 주요 화두로 내세우게 된 배경은 최태원 회장의 지난 6월 그룹 확대경영회의 발언에서 발단이 됐다. 당시 최 회장은 '서든데스'를 언급하면서 구체적으로 '경영의 비효율'을 꼬집었다. 특히 기업이 자금을 투자해 한 해 동안 얼마나 벌었는가를 나타내는 ROE(자기자본이익률)와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PBR(주가순자산비율)에 불만을 내비쳤다. 최 회장의 지적대로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두 가지 경영지표는 시장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ROE는 높을수록 좋다. 자기자본에 비해 당기순이익을 많이 내 경영활동을 효율적으로 했다는 뜻이다. PBR 수치는 낮을수록 기업 자산가치가 증시에서 저평가 된다는 것이다. 1미만이면 현재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원래 내야 할 규모보다 작다는 의미다. 창사 이래 올해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을 봐도 올해 상반기 ROE는 6.7%, PBR은 0.81배에 그친다. SK텔레콤도 두 수치가 매해 하락하고 있다. 2013년 비해 올해 상반기 ROE는 13.0%→9.3%로, PBR은 1.4%→1.2%로 떨어졌다. SK네트웍스는 계열사 중에서도 ROE 수준이 매우 낮다. 최 회장은 계열사 경영 비효율은 "손익에만 집중하는 경영방식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 동안 각 사마다 신사업 발굴, 기존 사업모델 변경, 새로운 기업문화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쏟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CEO세미나에서는 강도 높은 혁신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목표 자체를 바꿔라"는 최 회장의 주문에 따라 세미나에서 나온 내용들은 SK그룹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계열사별로 제시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실행하기 위해 매각ㆍ매수ㆍ분할ㆍ합병 등 혁신적인 사업 구조개편도 이어질 전망이다. CEO 세미나 이후 하반기 인사를 조속히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지배적이다. 최 회장이 경영 에 복귀한 직후였던 지난해 12월에는 예상보다 사장단 인사 폭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CEO 세미나에서 최 회장의 주문을 충족하지 못한 CEO들은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창근 수펙스 추구협의회(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 의장은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SㆍAㆍBㆍCㆍD로 등급을 부여하는 인사평가 방식 폐지' '글로벌 일류인재 확보를 핵심성과지표나 리더의 성과 지표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문화 혁신은 딥체인지의 한 축이다. 김 의장은 최근 SK아카데미에서 기업문화와 인사 직무를 담당하는 그룹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강연을 했다. 김 의장은 "경영전략과 설비투자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로 SK그룹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토론토 대학 연구에 따르면 우수인재가 구성원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우수인재가 내는 직접적인 성과의 8배에 이를 정도다"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판결을 하듯 내리는 인사평가방식으론 구성원들이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업무만 선호하게 될 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다"며 "GE조차도 평가등급 부여 자체를 버렸는데 계열사들이 업의 특성에 맞게 장기 성과를 낼 수 있는 성과관리 시스템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딥체인지란? '경영혁신'을 넘어 기업의 근원까지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 사업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자산효율화 등 모든 것이 변화 대상에 포함된다. *서든데스란? 최태원 회장이 지난 6월말 확대경영회의에서 "변하지 않으면 '서든데스'(급사) 할 수 있다"며 "지금하고 있는 모든 것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계열사들에게 경영혁신을 주문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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