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곡의 인문의 창] 시진핑 주석에게 드리는 글 (1)

 

이남곡 인문운동가

시진핑(習近平) 주석님께! 저는 대한민국의 남쪽 전라도에 살고 있는 71세의 인문운동가입니다. 젊어서는 한 때 마오쩌둥(毛澤東)의 '모순론'과 '실천론'을 읽기도 했던 사람입니다.지금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사상들을 진보적인 인문운동의 활구(活句)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논어는 인류 공통의 귀한 자산이며, 특히 현대 최대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사상의 보고(寶庫)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배타적인 사상이나 종교와는 전혀 다른 문화의 뿌리입니다. 존경하는 시 주석님, 저는 과거 제국주의에 대항해 어깨를 나란히 싸웠던 때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ㆍ중 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인민의 연대가 진정한 세계화의 앞장에 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특히 대국인 중국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계질서를 위해 헌신하는, 패권국가가 아닌 대국의 출현은 새로운 세계 질서의 상징입니다. 저는 중국의 굴기에서 그 희망을 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세계열강 간의 '힘의 질서'를 어떻게 변화시켜 가는가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보다도 중국이 어떤 사회를 건설하는가가 더 본질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중국은 세기적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논어'를 통해 이 새로운 실험에 관해 제가 받고 있는 느낌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첫째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둘러싼 인간의 행복에 대한 공자의 보편적이고 과학적인 견해가 어떻게 지금의 중국과 만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논어 13편 9장에서 공자는 1차적으로 부(富;물질적 수요의 충족)를, 그리고 그것이 교(敎;정신적 성숙)로 이어질 때만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현실 사회주의는 그 1차적 조건조차 달성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좌절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일정한 수준의 생산력(富)에 이르렀을 때, 사람들의 의식이 사회주의라는 질이 다른 사회를 운영할 수 있는 상태까지 발전할 것이라고 예견하였습니다. 이것은 공자의 통찰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레닌 이후 많은 성급한 사회주의자들이 인간의 실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 세계 자본주의는 보편적인 정신적 성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물질주의에 머물러, 비인간화와 양극화 그리고 자연생태계의 파괴라는 내부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면, 인간의 행복은 물론 인류의 존속 자체를 보장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이것은 물질적 부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저절로 정신이 성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공자는 인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찍이 통찰하고, 그 교(敎)의 목표까지 제시하였습니다. 논어 1편 15장에서 교(敎)의 목표를 '빈이무첨(貧而無諂, 가난하면서도 비굴하지 않다) 부이무교(富而無驕, 부유하면서도 교만함이 없다)' 정도면 어떠냐는 제자의 질문에 '빈이락(貧而樂,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다) 부이호례(富而好禮,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다)'라고 상향(上向)해서 답합니다. 이것은 현대 사회에서 더욱 정곡(正鵠)을 뚫는 말로 다가옵니다. '빈이락'은 생태주의적 삶(simple life)에, '부이호례'는 자본주의를 보다 평등하고 따뜻한 시스템으로 이행하는 데, 현대인들의 높아진 자유도(自由度)에 가장 잘 부합하는 목표입니다. 유럽 등의 일부 국가에서는 상당한 진보가 있긴 하지만, 자본주의의 중심국가나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에는 물질주의(物神의 지배)를 극복할 이러한 의식혁명의 주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주목하는 것은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중국은 부(富)는 자본주의에 , 교(敎)는 중국공산당이 맡는 그야말로 획기적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공산당은 민족해방과정과 건국과정에서 위대한 힘을 비축한 세계 유례를 찾기 힘든 거대한 결사체입니다. 그러나 해방투쟁보다 더 어려운 것이 새로운 사회의 건설 과정입니다. 이것은 아마 시 주석께서 누구보다 잘 이해하실 분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그 많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지금 세계의 보편적 시스템으로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 세계 인류의 보편적 의식과 욕구 수준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생산력을 발전시켜 인류의 물질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자본주의의 진보적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모순이 이제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 자본주의를 새로운 시스템으로 연착륙 시키는 것이 세계 인류의 최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윤동기(탐욕으로 되기 쉬운)와 비인간적 경쟁을 넘어서는 동기에 의한 생산력의 확보가 필수 조건입니다. 논어 4편 15장에서 공자가 일이관지(一以貫之)한다는 충(忠)과 서(恕)야말로 자타(自他)의 생명력을 최고로 실현할 수 있는 의식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자발적이며 자율적이고 그 과정이 기쁨이어야 진짜입니다. 중국공산당이 이러한 동기를 인민의 앞장에 서서 체현하여, 생산력으로 전화(轉化)시킬 수 있다면, 그야말로 위대한 역사를 창조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이 종래의 권력기관이 가진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중국이 소강(小康)사회를 넘어 대동(大同)사회로 나아가는 인류의 오래된 이상을 실현하는 데 새로운 이정표를 인류사의 한 페이지에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남곡 인문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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