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감]지자체판 '칠거지악' 무용지물…'공무원만 처벌'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실효성 높이기 위해 처벌 강화해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단체장 부인의 갑질을 막기 위해 마련한 이른바 지자체판 '칠거지악'(이 전혀 효과가 없고 정작 실무를 맡은 공무원들만 처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전행정위원회)의 행자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행자부는 지난 6월 지자체장 및 배우자의 갑질과 특혜 논란이 일자 '지자체장 부인의 사적 행위에 대한 준수 사항'을 내놨다. 이른바 지자체판 '칠거지악'(七去之惡)이었다. 주요 내용은 ▲해외 출장시 공적 목적 외에 경비 지급 금지 ▲사적 관용차 이용 제한 ▲ 사적활동 수행ㆍ의전 금지 ▲사적 행사에 간부 공무원ㆍ부인 동원 금지 ▲전담 인력 지원 금지 ▲관사 물품 교체시 내구 연한 준수 ▲인사 개입 금지 등이다. 그러나 행자부의 이같은 지침은 실제로는 전혀 실효성이 없었다. 실제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에 지자체장 배우자의 행정력 동원과 관련해 공직감찰 처분을 받은 사례는 강인규 나주시장 부인건이 유일한데, 여기에서도 강시장ㆍ부인 등은 감찰 대상 조차 되지 않았고 지시를 받고 따른 공무원 4명만 징계 대상이 됐다. 강 시장 부인은 시청 공무원 3명을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로 사적인 행사에 데리고 다녀 문제가 됐다. 공무원들은 부인의 호출을 받으면 출장계를 내고 개인 차량을 이용해 시장 관사로 이동했다. 이어 부인을 태우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운전과 의전을 수행했다. 이런 행태는 약 1년 5개월 동안 반복됐다.그러나 감찰 결과 강 시장 부인은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고, 그 중 부당한 동원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묵인하고 출장을 허가했다는 이유로 2016년 4월 '경징계' 요구를 받은 모 과장은 6월 인사위 의결을 통해 '불문'으로 감경 조치됐다. 나머지 운전과 의전을 직접 수행한 6급~7급 공무원 3명은 '주의' 징계를 받았다. 지자체 예산으로 개인 의전을 받거나 해외 출장에 동행하는 등 지자체장 배우자들의 행태가 문제가 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교회 방문 시 관용차를 이용하거나, 공무원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8000만 원을 받았다가 검찰에 구속된 지자체장 부인도 있다.이에 대해 이재정 의원은 "현행법상 제제 조항이 없는 지침서에 불과해 준수사항을 위반하더라도 사적 동원을 지시한 지자체장이나 배우자를 처벌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지시를 내린 이들은 빠져나가고, 조직 위계 상 시킨대로 따를 수밖에 없던 직원들만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 결국 배우자의 갑질에 대한 지자체장의 형식적 사과로 상황을 덮고 넘어가기 쉽다. 이런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말 뿐인 지침보다 법적인 처벌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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