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매뉴얼, 한국은 탁상용 일본은 실생활용

국민안전처·일본 도쿄도 매뉴얼 비교해보니...

도쿄방재 표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한국은 행정용, 일본은 실생활용". 아시아경제가 23일 국민안전처의 '지진 재난 위기 대응 실무매뉴얼' 전문과 일본 도쿄도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도쿄방재'라는 지진 대응 매뉴얼을 입수해 분석해 본 결과다. 한국 정부의 매뉴얼은 공무원들의 행정 처리를 위한 절차만 잔뜩 담겨 있는 반면 도쿄방재는 상황 별로 상세하고 쉬운 설명을 통해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지침서였다. 안전처의 매뉴얼은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과 대통령훈령 등에 따라 '지진에 대한 정부의 위기 관리 목표와 방향, 안전처의 세부 대응 절차ㆍ조치사항, 유관기관의 임무ㆍ역할을 담고 있다. 즉 철저히 공무원을 위한 행정 매뉴얼일 뿐이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이 매뉴얼에는 우선 안전처의 각 부서별 지진 발생시 기능과 역할, 대응ㆍ수습을 위한 조직의 표준 편제, 단계별 장관의 임무 및 역할을 규정해 놓고 있다. 이어 ▲지진 발생시 각 단계 별로 재난문자방송 요청 여부ㆍ공무원 비상소집 등 조치 목록, ▲지진 상황 보고 대상(청와대,총리실 등), ▲대응조직 구성 및 운영, 각 기관별 피해 집계 및 보고 대상 시설, ▲긴급 대응 조직별 임무,수습 및 복구활동 내용, ▲안전처의 조직별ㆍ유관기관의 임무 등이 담겨져 있다.

국민안전처 지진재난위기대응실무매뉴얼

또 지진 발생시 언론 대응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내용과 대국민 홍보 전파 체계에 대한 내용도 들어가 있다. 이후에는 재난방송 요청ㆍ문자메시지 문안 등 각종 서식으로 가득차 있다. 이중 국민들이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은 부록에 담겨져 있는 10개 국민행동요령이 전부다. 지진 발생 직후에만 써먹을 수 있는 '즉시 행동 요령' 위주로 돼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탁자 밑으로 몸을 피해라'가 1번 행동 요령이다. '도쿄 방재(防災)'는 정반대다. 큰 글씨와 간단한 구성, 각종 삽화와 만화, 쉬운 용어로 실제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해 준비ㆍ발생직후ㆍ대피ㆍ피난생활ㆍ재건 과정까지 상세하개 안내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체험기나 지식 습득을 위한 퀴즈 등도 있다. 매뉴얼을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대지진이 발생한다고 가정한 후 각 단계별로 명심해서 참고해야 할 내용들을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한다. 우리 정부의 형식적인 '탁자 밑으로 대피하라'는 안안내도 들어있긴 하지만 좀더 와닿는 내용으로 돼 있다. 즉 '최우선으로 자신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제목 하에 "가구가 넘어져서 깔리거나 물건이 떨어져 머리를 직격할 수가 있으니 지진이 나면 곧바로 '떨어지지 않는ㆍ쓰러져 오지 않는ㆍ이동하지 않는' 위치로 이동해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설명한다. 지진 발생시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상황 대응 요령도 아주 자세히 설명해 준다. 즉 자택에서 지진이 났을 땐 거실ㆍ주방, 침실, 2층, 화장실, 욕실, 바닥에 유리가 흩어져 있는 경우, 갇혀 있을 때 등 상황 별로 각각 대응 요령을 자세히 안내한다. 외출했을 때도 회사, 번화가, 학교, 역, 전철 내, 자동차(고속도로ㆍ다리ㆍ터널ㆍ긴급수송도로 별로 따로), 백화점ㆍ마트ㆍ편의점, 지하상가, 극장ㆍ홀ㆍ경기장, 공항 등으로 세분화해 긴급 행동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공동생활ㆍ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설득하고 생활재건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다.물론 국민안전처의 매뉴얼은 각 공공기관용, 도쿄도의 매뉴얼은 시민용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현재 어느 곳에서도 일본처럼 일반인들에게 상세한 지진 상황별 요령ㆍ준비 및 대처법 등을 안내ㆍ배포하는 곳이 없다.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안전처의 메시지는 지진이 발생했으니 안전에 유의하라는 내용인데, 단일한 메시지로는 모든 조직과 모든 국민의 행동 매뉴얼을 알릴 수 없다"며 "중앙정부, 지자체, 소방, 경찰, 학교, 직장과 아파트 각각에게는 매뉴얼이 필요하다. 백서와 매뉴얼을 만들고 인터넷에 공개해야 해야 각자가 교훈을 얻고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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