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길고 강렬했던 여름도 이제 물러가는 기세다. 아침ㆍ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 기운이 돌고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도 긴팔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렇게 계절이 바뀌면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먹거리의 변화를 느끼는 것이다. 계절마다 각 지역에서 나는 고유의 먹거리를 찾아 다니다보면 미식의 세계가 무궁무진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계절마다 입맛도 조금씩 변해 여름에는 떡류가 생각나지 않지만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오면 모락모락 김이 나는 떡 생각이 간절해진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늘 우리 주변에 있고, 가격까지 저렴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식재료가 있다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대표적으로 ‘무’를 꼽고 싶다. 국물요리에 기본 육수 재료로도 사용되고, 깍두기나 배추김치, 동치미 등 김치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김밥의 속재료나 분식의 반찬으로도 빠지면 섭섭하다. 이렇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도 어색함 없이, 오히려 들어가지 않으면 음식 고유의 제 맛을 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웬만한 음식에 꼭 이용되는 무를 떡에도 넣을 수 있다.
가을, 겨울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때가 되면 뿌리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데, 그냥 먹어도 맛있는 시루떡에 무를 넣어 영양도 높이고 맛도 좋게 할 수 있다. 특히 무는 떡과 함께 먹으면 그 궁합이 매우 좋은데, 무에는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들어있어 높은 열량과 치우쳐진 영양소로 자칫 소화가 어려운 떡과 함께 곁들이면 배에도 부담이 없다(떡에 동치미를 함께 먹는 것도 좋다). 또한 무에는 수분이 많아 퍽퍽하게 느껴지는 떡의 식감도 부드럽게 해 주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훌륭한 간식이 될 수 있다. 달큰한 무를 넣어 더욱 입맛당기는 무시루떡을 만들어보자.
재료(6인분)
멥쌀가루 3컵, 소금 0.3, 물 3~4, 설탕 1/4컵, 무 150g, 팥 1컵, 소금 약간, 설탕 1
만들기
▶ 요리 시간 60분
1. 멥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물 3~4숟가락을 뿌려 골고루 비빈 다음 체에 내리고 설탕을 넣어 섞는다.
(Tip 손으로 가볍게 뭉쳐 손바닥에서 살짝 살짝 던져 보아 깨지지 않으면 물의 양이 적당하니 그때 체에 내린다. 또 방앗간에서 소금을 넣었다면 소금은 생략해도 된다.)
2. 무는 깨끗하게 씻어 채 썰어 멥쌀가루에 넣고 골고루 섞는다.
(Tip 섞어서 오래 두면 물이 생기니 바로 찜통에 넣어 찔 수 있도록 준비한다.)
3. 팥은 씻어서 물을 넉넉히 부어 끓이다 첫물은 버리고 다시 팥의 3배 정도 되게 물을 부어 푹 삶아 뜨거울 때 절구에 소금을 넣고 찧어 설탕을 넣어 팥고물을 만든다.
(Tip 찧은 고물은 질어지지 않게 얼른 펼쳐 식힌다.)
4. 찜통에 젖은 면포를 깔고 떡가루를 넣고 그 위에 팥고물을 얹고 뚜껑을 덮는다.
5. 김이 오른 솥에 찜통을 넣어 30분 정도 쪄 불을 끄고 잠시 뜸을 들인 다음 식으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글=경희대학교 조리·서비스 경영학과 겸임교수 송민경,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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