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현 MDM 회장..'승부사'의 선택은?
빠른 판단력·과감한 결단 '1세대 디벨로퍼'1998년 분양대행업체서 종합부동산그룹으로부산 월드마크 센텀·고양 삼송지구 잇단 대박
문주현 MDM 회장은 부동산 개발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문 회장은 '1세대 디벨로퍼'이자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린다. 빼어난 감각과 통찰력으로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땅을 확보해 잇따라 흥행에 성공시킨 덕분이다. 그의 특별한 노하우는 부산 센텀시티와 판교신도시, 삼송지구 등 전국의 건축물에 담겨있다. 사진은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긴 문 회장. 백소아 기자 sharp2046@
[대담=아시아경제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강릉에 가보니 커피가 아주 유명하더라구요. 집이라면 입지가 가치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커피전문점 같은 곳이라면 아이디어나 테마를 공간에 어떻게 채워 넣는지가 중요하죠. 새로 지었다는 호텔도 잘 꾸며 놓았더라구요. 향이며 건물구조. 영빈관까지. 주거 목적이냐 레저나 휴양을 목적으로 하는지에 따라 개발할 때도 전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가볍게 시작한 여름휴가 얘기는 금세 업무 얘기로 연결된다. 새로운 곳에 가든 익숙한 곳을 다시 들르든, 입지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개발하는 게 나을지를 따져보는 걸 평생 업으로 삼아온 때문이다. 1세대 디벨로퍼로 불리는 문주현 MDM 회장 얘기다.1998년 외환위기 직후 분양대행업체 MDM을 차린 후 시행사, 부동산 신탁업체, 자산운용사까지 아우르는 종합부동산금융그룹으로 키워낸 문 회장은 여전히 현장을 누비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데 골몰한다.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23일 오전에도 분양을 앞둔 고양 삼송지구의 한 사업장을 직접 살펴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최근 분양한 삼송지구의 주거용 오피스텔은 문 회장의 빠른 판단과 과감한 결단의 산물이다. 서울과 일산 사이에 있는 삼송지구는 한때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며 외면받았다. 하지만 문 회장은 대규모 복합편의시설이 들어서고 대중교통이 확충된다는 계획을 알아내고 이곳의 땅을 고르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아 역 주변의 11만여㎡를 지난해 3월 2850억원에 사들였다. 입찰에 혼자 들어가 액면가 그대로 살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년째 팔지 못해 방치돼 있던 터였다.지난해 11월 1차로 분양한 주거용 오피스텔은 일주일도 안 돼 모두 팔렸고 최근 2차 물량을 내놨다. 향후 3ㆍ4차 분양물량에 대해 벌써부터 관심을 가진 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대 아파트가 최근 1년간 20% 가까이 집값이 오르는 등 서울 동북권에서 가장 관심받는 주거지로 떠오르면서다.'MDM이 손대는 곳은 된다'는 인식은 과거 녹록지 않은 프로젝트를 잇따라 완수하면서 부동산업계에 번졌다. 2007년 첫 시행에 나섰던 부산 월드마크 센텀은 당시 부산지역 아파트의 시세보다 분양가를 높이고 계약금 20% 조건으로 분양했는데도 일찌감치 완판됐다. 이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고급주거단지가 됐지만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판교나 광교 등 수도권 신도시에서도 남들이 관심 갖지 않던 땅을 사들여 성공한 사례도 적잖다. 문 회장은 "당시로서는 다소 생소했지만 각종 편의시설을 한꺼번에 갖춘 복합쇼핑몰이 생기면 주거패턴 역시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면서 "좋은 입지를 택해 상품성을 끌어올리니 자연스레 수요가 따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부동산개발협회장 취임 후엔 증권사 등 문호 개방8·25 가계부채 대책 주택시장 양극화 심화 예상쇼핑몰 편리한 이용여부가 집의 가치 결정도시재생사업에도 관심..연내 성과물 나올 것수없이 많은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면서도 문 회장의 집 짓는 원칙은 단순하다. "내가 살고 싶은가"를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그는 "집은 곧 우리의 삶이 녹아드는 공간"이라며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짓겠다는 기본을 토대로 변화하는 여건이나 개개인의 삶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회장의 집 짓는 철학은 한국부동산개발협회에도 녹아들었다. 문 회장이 지난 2014년 3대 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협회는 문호를 넓혔다. 개발업자만 모여있던 것을 설계나 분양광고ㆍ대행, 증권사 등 개발사업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면 누구든 가입할 수 있게 했다.문 회장은 "디벨로퍼는 단순히 시행만 하는 역할이 아니다"고 정의했다. 그가 보는 디벨로퍼는 오케스트라의 총괄지휘자다. 기획단계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야 완성되는 것이 개발업무인데, 이 모든 것을 조율해나가는 주체가 디벨로퍼여서 지휘자의 역할과 같다고 보는 것이다. 문 회장은 "협회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며 "이제는 회원사끼리 내부에서 정보도 활발히 공유하고 서로 영업이나 자문도 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대책 이후 주택시장은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각종 정책변수가 있겠지만 주택의 경우 입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에 집을 만들더라도 진입로 하나의 차이만으로도 집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고 새 집과 헌 집간 생활편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문 회장은 "저금리에 월세가 보편화한데다 새 집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신규 수요는 향후 꾸준할 것으로 본다"며 "기존 주택이 다소 어려워질 소지가 있고 신규분양물량도 입지나 가격에 따라 수요가 확연히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가 가속화돼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지만 독일 등 유럽에서는 인구가 줄어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부동산ㆍ주택정책 역시 국내 실정과 여건을 면밀히 반영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이른바 '몰세권'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쇼핑몰을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가 집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가까이에 신세계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삼송지구의 'e편한세상 시티 삼송2단지'를 예로 들기도 했다.최근 문 회장은 도시재생에도 관심을 갖는다. 해외 선진국 대도시가 앞서 수십년 전부터 도시재생에 천착해왔고 서울 역시 과거와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이나 개발사업이 쉽지 않아진 만큼 도심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사람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재생이 필요하다고 봤다.대형 건설사의 주무대였던 도심권 정비사업에서도 일거리를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가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되는 등 여건이 바뀌면서다. 계열사로 있는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강남이나 여의도 등 서울 도심권에서도 신탁방식의 정비사업에 관심이 많다"며 "이르면 연내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정리=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건설부동산부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