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아시아]'효성표 타이어코드' 없으면 車 못 달립니다

아시아경제는 온오프라인 통합 10주년을 맞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국력 제고를 위해 뛰는 현장을 직접 찾아갑니다. 산업통상자원부, KOTRA, 무역보험공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중국 대(大)기획 시리즈 '우문현답, 다시 뛰는 산업역군'을 통해 드넓은 중국 대륙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산업역군의 치열한 삶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달하고자 합니다.<편집자주>뉴아시아-우문현답, 다시 뛰는 산업역군<7>효성 화섬가흥유한공사 타이어코드 공장세계시장 점유율 45%…전 세계 타이어 2개 중 1개는 효성 제품조석래 회장 '홍수론' 힘입어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에 대대적 설비 투자타이어코드ㆍ스판덱스, 독보적 세계 1등中 전체 매출 1조원대…작년 화섬가흥법인 매출 1억4500만달러 넘어

효성 화섬가흥유한공사 공장 전경.

[자싱(중국)=아시아경제 김혜원 특파원] 질문 하나. 타이어, 에어백, 안전벨트, 기저귀, 청바지, 등산복의 공통점은? 바로 원사(原絲), 즉 '실'을 주요 재료로 만든다는 것이다. 흔히 아는 스판덱스 원사를 사용한 의류는 그렇다 쳐도 고무 덩어리를 썰어 빚은 것 같은 타이어에 어마어마한 양의 실이 숨어 있다니 어리둥절할 듯하다. 타이어 안에는 고무 외에 '타이어코드'라는 특수 소재로 만든 보강재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주로 실을 뽑고 꼬아 열을 가하는 공정을 거쳐 탄생한다.이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 바로 효성이다. 1968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타이어코드를 생산한 효성은 1978년 처음으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독자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현재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글로벌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생산량도 점유율도 모두 1등이다. 전 세계에 굴러다니는 타이어 2개 중 1개에는 효성의 타이어코드가 달린 셈이다. 한 해에만 25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타이어코드는 실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닥의 실을 한 가닥으로 꼬는 연사 작업을 거친다.

지난 6일 중국 상하이와 항저우 중간 지점인 자싱(嘉興)에 위치한 효성화섬가흥유한공사를 찾았다. 자싱은 2000년대 초반 조석래 회장이 역설한 '홍수론'에 힘입어 중국에 첫 생산 공장을 세운 곳으로 효성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기능성 섬유, 스판덱스에 당시 꽂혀 있던 조 회장은 타이어코드 공장에서 10㎞ 거리에 있는 스판덱스 공장을 먼저 설립했다.1990년대 일찍이 중국시장을 눈여겨봤던 조 회장은 "내가 직접 홍수를 일으키겠다"며 자싱과 주하이(珠海)에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감행했다. 결과적으로 효성은 중국을 발판 삼아 스판덱스는 물론 타이어코드 부문 세계 최강자에 올랐다. 자동차나 타이어처럼 우리가 직접 접하는 완제품이 아닌 중간재 제품이다 보니 대중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효성 제품이 없으면 자동차는 아예 달릴 수 없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부품이다.한정제 경영기획실 부장은 "중국에서는 타이어 보강재와 스판덱스 사업을 가장 크게 하고 있다"며 "중국인들도 점점 등산복과 같은 기능성 좋은 편한 복장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이용한 레저 문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전방 산업 호조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직 공정은 실을 가로와 세로로 엮어 직물 형태로 만드는 작업으로 베틀의 원리와 같다.

타이어코드 공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 귀마개는 필수였다. 워낙 빠르게 돌아가는 기계음 탓에 귀마개를 하고도 고막이 얼얼할 정도였다. 공장에 들어서자 가만히 서 있어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실내 온도는 40도 안팎.첫 번째로 들른 원사 공정에서 송지훈 기술부 부장은 "분당 3000m에서 5000m 속도로 실을 감는데 자동차로 따지면 시속 300㎞의 굉장히 빠른 속도"라며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실내가 매우 덥지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참고 견딘다"고 설명했다.타이어코드는 원료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의 경우 좁쌀처럼 생긴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칩에 열을 가해 필름 상태로 만든 후 원사로 뽑아내는 방사 공정을 시작으로 여러 가닥의 실을 하나로 꼬아 탄탄하게 만드는 연사 작업에 이어 널찍한 천으로 짜는 제직 공정을 거쳤다.

제직 공정을 거친 직물에 화학 제품을 발라 열을 가하면 붉은색의 타이어코드가 탄생한다. 타이어코드가 타이어의 고무에 잘 접착하도록 액을 발라 열처리 공정을 하는 것이다.

연사에서 제직 공정으로 넘어가기 전에는 엄격한 품질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 마지막 공정은 열처리다. 순백색의 직물에 화학 접착액을 발라 열을 줬더니 비로소 붉은색의 타이어코드 완제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송 부장은 "여기에서 만든 타이어코드는 한국 기업과 중국 로컬 회사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타이어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로 공장 가동 13년째인 효성화섬가흥유한공사는 타이어코드 외에도 산업용 원사와 의류용 원사, 나일론 필름 등을 생산하고 있다. 효성이 중국 전역에 있는 제조·판매 법인을 통해 한 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데 지난해 이 법인의 매출은 1억4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칭다오(靑島)와 난징(南京)에 설립한 스틸코드 공장과 함께 타이어 보강재 선두 기업의 자리를 지켜 나가겠다는 게 효성의 목표다.제품 특성상 두루 알려지진 않았지만 효성은 숨은 곳곳에 '최초' 수식어를 단 집념의 역사가 오랜 기업이다.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것은 물론 우리가 흔히 쓰는 페트병도 1979년 3월 처음으로 생산한 기업이 효성이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1997년에는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도 성공했다.◆'중국通' 임진달 동사장 인터뷰 "철저한 현지화·품질 경영 덕에 급속 성장""올해는 현지화 완성의 해입니다."임진달 효성화섬가흥유한공사 동사장의 어투는 단호했지만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15년 이상 현지에 머무르면서 중국에서 효성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업력을 꿰뚫고 있는 그다. 임 동사장은 "2000년대 현지 정착 과정을 거쳐 2010년 들어서는 빠른 성장 단계를 지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완벽한 현지화를 이룬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2004년 중국 자싱(嘉興·가흥)에 타이어코드 공장을 지은 불과 2년 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해외 법인장에 '현지화를 최대한 빨리 하라'는 미션을 줬다. 우선 현장을 관리할 경험 많은 중국인부터 영입했다. 임 동사장은 "당시 공장장과 각 공정 부장을 현지인으로 바꿨는데 30대 초반이었던 부장들은 어느덧 4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며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그대로 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 현장 관리를 넘어 생산, 품질에까지 업무 역량을 넓혔으며 올해부터는 공장 관리 전권을 맡았다.임 동사장은 "타이어코드 사업은 초창기에 비해 10배 이상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는데 이는 경영진의 철저한 현지화 마인드 덕분"이라고 전했다. 효성의 중국 사업은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전략본부장(사장)이 바통을 이어 받아 앞에서 끌고 산업자재PG장을 맡고 있는 막내 조현상 부사장이 뒤를 받치며 탄탄하게 나아가고 있다.

임진달 효성화섬가흥유한공사 동사장.

현지화 과정에서 효성이 특히 신경을 쓴 것은 첫째도 품질 둘째도 품질이었다. 타이어는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에 타이어 제조사들은 거래하는 부품사를 잘 바꾸지 않는다. 효성의 타이어코드가 10년 이상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품질 경영을 가장 잘 뒷받침하는 대목인 셈이다.임 동사장은 "중국 진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품질을 중요시하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며 "경쟁사 대비 차별화 품질, 고객이 사용하기 편한 제품을 만든다는 품질 우위 전략으로 접근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에게 좋은 제품을 주기 위해 타이어 업체 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하곤 한다"며 "이를 테면 중국 25t용 트럭은 보통 40t으로 과적을 하는데 이에 맞는 고강도 타이어코드를 개발해야만 수요에 시의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현재 효성의 중국 타이어코드 시장 점유율은 40% 안팎이다. 임 동사장은 "올해 중국 자동차 산업은 6%, 타이어 산업은 5% 정도 성장할 전망"이라며 "중국 경제 성장률이 7%대 미만으로 떨어지고 중국 로컬 기업은 보호무역 장벽을 피해 동남아시아로 거점을 옮기는 등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지만 타이어 업계는 당분간 5%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우리에게는 김구 선생의 피난처로 익숙한 자싱에서 오랜 '벗'으로 기업 활동한 효성은 현지 사회와 밀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싱한인회장을 겸하고 있는 임 동사장은 "자싱은 김구 선생이 4년이나 도피 생활을 한 역사적으로도 상징성 있는 지역"이라며 "교민은 물론 중국인에게도 이런 우리의 역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자싱시 정부가 박물관을 복원하는 사업에 효성이 100만위안(약 1억7000만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자싱(중국)=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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