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기자회견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이우환(80) 화백이 경찰이 위작 판정한 그림 13점을 두고 "모두 진품"이라며 "작가 본인의 의견이 무시되는 수사는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 경찰이 13점 중 위조범이 확실한 4점만 위작이라 하고 나머지는 진짜라고 하자"는 회유성 발언을 했다고도 말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이 화백은 30일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일과 29일 양일간에 걸쳐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위작으로 의심받는 그림 13점을 확인했다"며 "모두 나만의 호흡, 리듬, 색채로 그린 작품이다. 이는 지문과도 같은 것이다. 작가인 내가 눈으로 확인한 바 틀림없는 내 그림이다"고 했다.이는 해당 작품들이 위작으로 판정됐다는 경찰의 주장을 완전히 부정하는 말이다. 경찰은 이 화백의 작품인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의 위작들이 2012∼2013년 서울 인사동 일부 화랑을 통해 수십억원에 유통됐다는 첩보를 받고 지난해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위작에 관여한 화랑 운영자들을 잡아들이는 한편, 위작으로 추정되는 그림 13점을 민간과 국과수에 감정을 맡겨 모두 위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당시 전문가들과 국과수는 이 화백의 진품 그림 6점과 이 13점을 비교해 물감 성분 원소가 다르고 캔버스를 인위적으로 노후화시킨 흔적이 보인다는 점 등을 위작으로 판정한 근거로 꼽았다. 또 위조범 현 모씨가 이 화백의 그림 50점을 위조해 판매했고 위작으로 의심되는 13점 중 4점을 위조했다고 진술한 것도 경찰의 '위작' 판명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 화백은 작가를 제외한 경찰의 감정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경찰이 작품 확인 요청을 세 번 거절하고 감정위원과 국과수에 먼저 감정을 의뢰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 화백은 "작가 본인의 의견은 배제하고 제3자들의 의견만 듣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매우 위험하고, 그것이 사실과 다를 경우 그로 인한 여파가 작가에겐 너무 치명적"이라며 "수사 초기 작가 본인에게 작품을 확인시켜 주었으면 이러한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생존작가가 있는 상황에서는 생존작가의 의견이 우선시돼야 하며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서도 통용되는 상식"이라고 했다. 이 화백은 위조범의 진술에 대해서는 "내가 보지 못한 위작이 있을 수 있지만 유통되는 작품 중에서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이 화백은 항간의 추측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 화백이 위작 인정으로 그와 작품을 거래한 화랑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고 위작 인정이 곧 작가 본인 못지않은 실력의 위작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위작을 부인한다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이 화백은 "나는 피해자지 범죄자가 아니다"며 "30~40년 전에 내 품을 떠난 작품이다. 나와는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이런 일에 얽매이게 되고 혼란에 빠져서 너무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해명했다.이 화백은 언론의 잘못된 보도 역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한 원인이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내가 보고 확인한 이우환 작품 중에서는 위작이 없다'라고 인터뷰한 내용이 '내 작품은 위작이 없다'는 식으로 보도됐다"고 말했다.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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