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댐 다목적화, 지금이 마지막 기회

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홍수가 잦았다. 이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의 여러 역사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큰 비로 사람이 죽고 집과 농토가 떠내려간 기록은 왕조, 지역 등을 가리지 않고 무수히 반복된다. 역사를 관통하며 계속되는 홍수 예방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20세기 이후다. 수자원 시설 확충, 재해 관리체계 구축 등으로 과학적인 물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인명이나 재산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다.그러나 아직 근본적이고 완벽한 홍수대책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는 계절별, 연도별, 지역별 강수량 편차가 심한데다 국토의 65%가 산악지형으로 하천경사 또한 급해 큰 비가 오면 순식간에 홍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후변화로 물 관리 여건이 악화되면서 홍수위험이 오히려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우리의 정확한 현실은 OECD 홍수 위험지수 최고국가(연평균 홍수 관련 사망자 100만 명당 6.86명)라는 지표가 잘 말해준다.새로 댐을 만드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홍수대책이겠지만, 막대한 건설비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대두된 방안이 기존시설 활용 즉, 발전 댐의 다목적화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0.6% 정도를 감당하는 수력발전댐을 다목적화해 홍수조절능력 등 댐과 물의 활용가치를 대폭 높이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수력발전 댐을 다목적화해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댐 다목적화는 우리나라도 1980년대부터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검토해온 사안이다. 하나의 시설물을 여러 용도로 활용하여 효율성을 높이자는 건 얼핏 들어도 당연한 주장이다. 그런데 왜 결론나지 않고 있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발전용댐과 다목적댐을 관리하는 정부부처간의 이견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댐 관리 일원화 즉, 댐 다목적화 문제는 1984년 한강 대홍수 때 팔당댐에 대해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당시는 물관리보다 산업화가 우선시되는 시기라 전력 생산을 우선하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1996년에는 팔당댐의 하천점용허가기간 만료를 계기로 다목적화와 관리주체 이관이 결정되었으나 한전의 반대 등으로 세부협의 과정에서 결국 무산되었다. 다시 1999년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영월댐 백지화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한강수계 수력댐 다목적화가 논의되었으나 역시 산업부와 한전의 반발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댐 관리를 일원화해야만 의사결정과 댐 운영을 한 곳에서 실시간으로 할 수 있고, 충분한 홍수대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회적 필요성이 있음에도 댐관리 일원화가 실현되지 못한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더 이상 부처나 기관 간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오로지 국민의 안전과 행복, 국익을 고려하기를 믿고 또 바란다.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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