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 유럽 회원국 방위비 약 10년만에 늘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 규모가 거의 10년만에 처음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를 두고 러시아와 대립 관계가 계속되고,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에서의 연쇄 테러로 안보에 대한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NATO 유럽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 규모는 2530억달러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43% 수준으로 NATO의 권고 기준인 2%를 충족시키려면 1000억달러 가량 더 늘려야 한다. NATO는 2016년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 규모가 얼마인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예비치 정도의 집계만 이뤄진데다 기본적으로 비밀이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일부 국가들은 방위비를 대규모로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발트해 3국이 적극적이다. 라트비아는 올해 방위예산을 무려 60% 가까이 늘릴 계획이고,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도 각각 35%, 9% 늘릴 방침이다. 폴란드 역시 방위비 지출을 9% 늘릴 계획이다. 영국 정부도 2% 권고안을 지키기 위해 방위비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NATO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유럽 NATO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이 매우 오랜만에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더 많은 불확실성과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단결해 힘을 강화하고 안정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유럽의 힘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브텍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은 NATO 유럽 회원국 중 방위비 지출이 가장 많은 국가다. NATO 회원국 전체를 따져도 지난해 6180억달러를 지출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해 유럽 대륙과의 연계가 약해지면 유럽의 테러 대응력 등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은 NATO의 방어능력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유럽 회원국"이라며 "방위비 예산도 가장 많고 방위산업 투자도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력한 유럽 안에서 강력한 영국은 유럽의 단결과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NATO가 다뤄야 할 거의 모든 과제들에서 EU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EU와 NATO의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핵심은 영국"이라고 강조했다. NATO 유럽 회원국들의 GDP에서 방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냉전 시대였던 1985~1989년에는 GDP 대비 방위비 비율이 평균 3.1%를 유지했다. 1990년 냉전이 끝난 후에도 10년간 이 비율은 2% 이상을 유지했으나 2000년대 들어 권고안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NATO 유럽 회원국들이 GDP의 1.7% 수준인 2880억달러를 지출했던 2008년 이후로는 방위비 규모가 계속 줄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