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망론' 서막 올랐다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떠날 때는 더 이상 '반반(半半)'이 아니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달 25일부터 이어진 한국 및 일본 체류 일정을 마무리하고 같은 달 30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6일간의 방한 일정에서 그는 가는 곳마다 현재 강력한 대선 후보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외교관 출신답게 입으로는 "과대해석ㆍ추측을 삼가해달라"고 말했지만 발길은 '김종필 전 총리 자택과 TK(대구ㆍ경북) 지역'으로 거침없이 향했다.반 총장은 방한 첫날부터 모두의 예상을 깼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제주에서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간담회를 통해 그는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스스로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지난 달 18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임기가) 아직 7개월이 남았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밝힌 것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반 총장의 첫날 발언에 놀라는 분위기"라며 "대선 출마는 본인 선택의 자유이지만 염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특히 반 총장은 이번 방한이 유엔 사무총장 역할의 연장선상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그의 6일 간의 국내 동선을 보면 제주와 서울, 일산, 안동, 경주, 인천 등을 오가는 그야말로 '광폭 행보'다. 이 중 핵심은 충청권 대부 김종필 전 총리 예방과 안동ㆍ경주 등 이른바 대구ㆍ경북 지역 방문이다.

30일 오전 경주 화백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엔 NGO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반 총장은 개인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던 지난 달 28일 '3김 시대'의 한 축이었던 충청권 대부 김종필 전 총리를 스스로 전격 예방했다. 현재 여당을 중심으로 '충청권 대망론'이 물 밑에서 저울질 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총리를 만난 것은 첫날 대선 시사 발언과 맞물려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로 읽히기 충분한 상황이다. 또 그는 이날 자신이 묵었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 건, 노신영, 이현재, 한승수 전 총리 등 전직 총리 4명 등을 포함 전ㆍ현직 정치인과 그룹총수, 언론인과 오찬을 함께 했다.이어 지난 달 29일 반 총장은 안도 하회마을에서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에서 '나무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주목을 기념식수하고, 방명록에 서애 선생의 '조국사랑'을 강조했다. 하회마을 방문 후에는 예정에도 없던 경북도청 신청사도 찾았다. 반 총장은 방한 마지막 날에는 해외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했다. 반 총장은 '제66차 유엔 NGO(비정부기구)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지금 아프리카 순방 중에 계시죠"라며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아프리카에 알리는 일에 전념하고 계신다"고 말했다.결과적으로 국민들은 반 총장의 이번 방한에서 대권을 향해 잘 짜여진 '한 편의 연극'을 본 셈이다. 앞으로 실현 여부는 두고볼 일이지만 그가 '대선 무대'에 스스로 올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참, 이 연극의 제목은 "반반(半半)은 잊으세요".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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