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예정된 수순 아닙니까. 시기의 문제죠"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를 중심으로 다시 불고 있는 구조조정 바람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금과 같은 수주 절벽 위기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조선업계에 '2차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구조조정의 이유다. 지난해는 해양플랜트 부실에 따른 대규모 적자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면 이번엔 업황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조선 빅3는 인력감축을 비롯해 자회사정리, 비핵심 자산매각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2012~2013년 대거 수주한 해양플랜트가 실적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적 부실을 모두 털어낸 조선 빅3는 올 초까지만 해도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출혈은 멈췄고 이젠 어느정도 통제가능한 수준에 들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주 가뭄으로 인한 일감 부족이 현실화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일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2~3년내 도크가 빌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된 것이다. 여기에 외신발 합병 이슈, 정부의 조선산업 재편 의지가 불거지면서 '2차 구조조정'은 이미 목전에 와있다. 실제로 국내 조선업계의 상황은 처참하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수주가뭄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올 1분기까지 상선 5척(5억 달러)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 17척(30억1700만달러)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자회사인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의 일감을 이관받아 가까스로 상선 2척(1억3000만 달러)을 채웠다. 삼성중공업은 수주가 없는 상태다. 지금 수주가 없다는 건 향후 1~2년 뒤 일감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수치가 말해준다. 영국의 조선해양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3월말 수주잔량은 782만7000CGT(표준환산톤수)로 2월말 대비 0.4% 감소했다.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는 439만9000CGT로 6.7%나 감소했다. 장기적인 업황 악화는 지난해의 실적 적자보다 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위기가 재무적인 어려움에 가깝다면 이번 위기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감이 줄어든다는 건, 구조조정의 방향이 결국 사람을 향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올해 들어 3월말까지 총 16개의 하청업체가 계약해지 등 폐업 수순을 밟았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생각이 갈린다. 한켠에선 국내 조선산업의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형조선소 통합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규모로 압도하는 중국에 '수주량 1등'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위기가 오자 조선업을 통폐합하고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여 결국 한국에 주도권을 뺏긴 일본의 구조조정 방식을 무조건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다만 핵심 가치는 같다.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키지 않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것.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유지 혹은 강화할 수 있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조선사별로 주력 선종을 정해 특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벌크선과 같은 일반 상선은 이미 중국에 주도권을 뺏겼다"며 "지금보다 조선업의 규모가 작아지는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조선업은 사이클을 있는 만큼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 미래 성장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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