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人] 이서현, 그녀가 데뷔했다

오늘 컨데나스트 럭셔리 콘퍼런스 연설세계에 존재 각인시킬 첫 공식 무대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지난해 7월 첫 제안은 고사했다. 무대 뒤편에서 차분하게 경영을 챙겨온 그였기에 한국 패션 대표자로 전면에 나서는 것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평소 친분이 있는 수지 멘키스 인터내셔널 보그 에디터가 "세계에 한국의 패션을 직접 소개해달라"며 정중하게 부탁하는 것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는 고심 끝에 무대 중앙에 서기로 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20일 세계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500명의 럭셔리 브랜드 인사가 참석한 '제2회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공식석상에서의 연설은 이 사장의 첫 도전이다. 지금까지 이 사장은 공개된 자리에서 연설이나 강연을 한 적이 없다. 신년회와 같이 임직원이 모인 사내 행사에도 직접 나서서 발언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연설자로 나선 이유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콘퍼런스를 통해 서울을 세계적인 패션 문화 도시로 위상을 높이고 한국 패션을 국제적으로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서다.한국 뷰티에 이어 한국 패션도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터라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한국만의 럭셔리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19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전야제 리셉션 행사에서도 그는 '샤넬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이 드레스는 샤넬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가 한복을 재해석해 지난해 8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 패션쇼에서 공개한 의상이다. 그는 이미 2005년부터 11년 넘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만들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신진 패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이 사장은 지속적인 물밑지원을 통해 19명의 디자이너를 육성했다. 남성 브랜드 준지의 디자이너인 정욱준, 스티브J & 요니P, 두리 정 등이 삼성패션디자인펀드 출신이다. 이들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하는데 이 사장의 역할이 컸다. 준지는 올해 한국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남성복 전시회인 피티 우오모의 게스트 디자이너 패션쇼를 가졌다. 준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사장이 직접 패션쇼장을 찾았을 정도다. 세계적인 패션협회로 알려진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이사회 멤버인 이 사장은 이곳에서도 신진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이날 이 사장은 오전 8시45분께 단정한 검정 슈트를 입고 콘퍼런스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장은 럭셔리 전문가의 연설을 경청했다. 그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정성 있는 말투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기조연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삼성이 왜 럭셔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는지 궁금해 할 것"이라며 "스마트폰을 홍보하러온 것은 아니다. 물론 멋지긴 하다"고 재치있게 말문을 열었다. 이 사장은 "삼성은 뿌리를 패션에 두고 있다"면서 "아직 자체 럭셔리 브랜드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능력 부족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국 패션 사업은 젊기 때문에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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