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아시아미래기업포럼]'가치창출' 사회적기업 3.0 비밀이 열린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농업계의 구글이 되겠다."스타트업 기업인 엔씽(N.thing)의 모토다. 이 회사는 농업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해 관련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스마트 화분 '플랜티'는 온도나 습도 등 식물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센서와 물을 줄 수 있는 장치가 내장돼 있다. 화분의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원격으로 물을 줄 수도 있다. 2014년 설립 이후 2년간 국내외에서 투자를 받고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면서 농업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엔씽은 IoT를 위한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장기적으로는 농업 플랫폼을 만들어 농가 경영을 돕는 서비스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농업의 구글, 개그 메카 청도의 스토리 공개= 엔씽이 농업과 IoT를 접목했다면 개그맨 대부 전유성 대표가 운영하는 철가방극장은 농촌 지역에 코미디와 공연을 결합한 사회적기업이다. 2011년 문을 연 이후 코미디 공연과 함께 지역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판매하고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서 몰려든 개그맨 지망생을 가르치며 공연을 통해 급여도 지급하는 개그학교도 있다. 소싸움으로 유명한 청도를 개그 메카로 키우고 있다. 남세기 엔씽 공동창업자 및 총괄이사와 전유성 철가방극장 대표는 오는 26일 아시아경제가 주최하는 '2016 아시아미래기업포럼'에 특별연사로 나와 자세한 창업스토리를 풀어낼 예정이다. 아시아경제가 사회적기업의 육성과 발전을 돕기 위해 2013년 아시아미래기업포럼을 시작한 이후 사회적기업도 초기 생태계 조성의 1.0을 지나 양적 성장(2.0)에서 이제는 질적 성장(3.0)의 시기를 맞고 있다.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사회적기업은 50곳에서 현재 1526개(4월 현재)로 30배가량 증가했다. 사회적기업의 총매출액도 2012년 6619억원에서 2014년 1조4651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평균 매출액도 같은 기간 8억8500만원에서 12억300만원으로 35%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열린 아시아미래기업포럼에 참석한 패널들.

◆고용 사각지대 해결하는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은 고용의 사각지대 해결이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사회적기업진흥원과 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내 취약계층 근로자 수는 2012년 1만1091명에서 2013년 1만4179명, 2014년에는 1만7009명으로 증가했다. 일반 계층 취업자도 같은 기간 7206명에서 1만1192명으로 늘었다.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의 취약계층 분포를 보면 노년층(5140명) 47%, 장애인(3747명) 34%, 저소득층(1299명) 12% 등이다. 이들 취약계층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줄지만 평균임금은 상승 추세다. 2011년 984만원을 받고 36.8시간 일하던 것이 2013년에는 임금은 1104만원으로 근로시간은 35.8시간으로 줄었다. 이 같은 성장에 기여한 것은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이다. 취약계층 고용을 목적으로 한 사회적기업 발전의 신호탄이 된 만큼 여전히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1500여개의 사회적기업 가운데 일자리제공형 사업체는 1040개로 70%가 넘는다. 노인 돌봄, 장애인활동보조 등 사회서비스 제공을 받은 취약계층도 2012년 356만명에서 2014년 442만명으로 증가했다. 인건비와 경영지원비 등 정부의 도움 아래 사회적기업이 양적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시점에서 이제는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미래기업포럼에 특별연사로 나선 개그맨 대부 전유성.

◆청년창업의 숨통= 사회적기업은 고용절벽에 빠진 청년창업의 새로운 숨통이 되고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휘하기 위해 창업을 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초기 비용에 창업 이후 사업 유지가 어려운 현실은 청년창업의 생존율을 희박하게 만든다. 하지만 정확한 목표와 계획,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하고 나아가 사회적 가치까지 실행하려는 창업 아이템이라면 정부와 기업, 기관들이 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포럼에서도 정부와 기업,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새로운 직업도 창출= 사회적기업을 통해 새로운 직업도 생겨나면서 은퇴자들의 인생 2막의 기회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직종이 마을에 가치 있는 문화콘텐츠를 불어 넣는 마을재생활동가다. 마을재생활동가는 작은 개념의 마을에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입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지역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한다. 따라서 개발되는 지역에 오래 살면서 그곳의 문화나 지리, 역사 등에 해박한 사람들이 수행하기에 적합한 직업이다. 도시재생 및 마을재생 분야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건설업 엔지니어링 회사나 컨설팅 회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시ㆍ마을재생 관련 부서, 정비사업 전문 관리업 회사에서 근무하는 편이다. 하지만 마을재생활동가는 전문 회사로 취업하기보다는 지역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등과 같은 콘셉트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을 설립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 등에 프로젝트 수행비나 사업 운영비를 지원받기도 한다.역사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 과학관 등에서 학생이나 관람객을 대상으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역사문화체험지도사는 박물관이나 문화재가 있는 곳에서 문화체험 프로그램의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 업체(사회적기업 포함)에 상근직원 또는 시간제 계약직으로 취업할 수 있다.앙코르 브라보노협동조합은 재취업이나 귀농ㆍ귀촌 등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려는 사람이나 사회적기업으로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을 돕고 실제로 일자리를 원하는 중장년층과 사회적기업을 연계해주는 일도 한다.마케팅, 영업, 금융, 투자, 기획 및 관리 등 분야의 은퇴 전문인력은 '사회적기업 전문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 전문위원은 민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은퇴 전문인력이 사회적기업에 경영 현안 컨설팅, 문제 해결 노하우 전수, 네트워크 구축 등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제도이다.

▲분도주유소에서 운영하는 트럭카페 (사진제공=SK에너지 블로그)

◆이젠 가치창출= 이번 포럼에서 주목하고 있는 점도 일자리와 투자, 창업의 3대 가치창출이라는 질적 성장이다. 사회적기업은 이제 취약계층의 고용창출을 넘어서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조직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사회적기업은 ▲공공서비스, 사회복지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사회서비스를 혁신 ▲농촌이나 도시, 도시 인근에서 지역사회를 재생 ▲해체돼 가는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등 혁신적이며 역동적인 대안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에서 사회적기업 정책을 수행하는 핵심 주체인 지자체장들이 제기하는 정책적 과제를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의 개발 및 사회서비스의 혁신을 위해 다양한 사회정책과 연계ㆍ육성 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자본의 조성, 전문 지원 조직의 육성 등 다양한 지원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의 개념 확장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민간 자금의 투자를 유인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오광성 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최근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심화, 급속한 고령화 등이 화두가 되면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 가고 있다"면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착한 기업'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균형을 추구하는 혁신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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