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빈섬의 '이상한 궁금증' - '신성한 한 표' 독려 분위기를 보며
설현 투표하는 모습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2016년 4월13일. 국회의원 총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아침에 투표를 하고 근무를 위해 출근했다(언론사에서 밥 먹고 사는지라). 현재 시각이 오후 4시1분. 투표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국민들의 투표 편의를 위해 오늘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도올선생을 비롯한 많은 지식인들과 사회지도자들이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선관위에서도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반이며 출발이라며 국민주권을 행사하기를 청한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자주 신문과 TV에 나오는 셀렙들이 손수 시범이라도 보이듯 투표장에 얼굴을 드러내고, 일반인들도 투표소 현장에서 인증샷을 찍어 올린다. 투표를 하는 일은 옳고 당연한 일이며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일은 '국민됨'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 투표 행사에 관한 이같은 관점은 의심할 나위없는 일일까. 투표를 하지 않은 국민은, 국민의 자격이 없는 사람일까. 혹은 투표를 하지 않은 이는, 국가에 해악을 끼치거나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한 존재일까. 투표를 하지 않은 이를 향해 민주주의를 향유할 권리도 없다고 말하는 이나, 투표를 하는 대신 그 시간을 개인적인 목적에 써버린 이를 국민자격도 없는 민주주의의 얌체 편승자라고 꾸짖는 일은 정당한 것일까.투표 행사를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민주주의의 절차상 충분히 보장된 일이며, 옳고 그름이나 선악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투표율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노력은, 선거의 대의명분을 확장하기 위한 국가적인 의욕일 수 있다. 또한 투표율의 증감으로 생기는 정치적인 셈법 또한 절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국가라는 시스템의 운영자에게는 선거가 민주주의의 가동상태를 확인해주는 중요한 가늠자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당국의 중요성 때문에 선거 불참자들이 매도되거나 비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선거에 불참하는 것은, 선거에 참여하는 것만큼이나 정당한 국민의 권리다.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을, 국민 개개인의 민주적 각성이 덜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언제나 위험한 일이다. 이날 정부나 사회 지도층이 할 수 있는 일은 '정중한 권유'까지만 가능할 뿐, 그 이상은 아니다. 투표율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것 자체가 정치에 대한 중요한 민의일 수 있으며, 선거라는 시스템의 효율적 작동에 대한 표징일 수 있다. 사실 이번 총선의 경우도 그렇지만, 투표자가 후보나 정당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을 가지고 투표에 임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지역구에 누가 나오지? 이런 기분으로 투표애국론에 등 떼밀려 빚 갚듯 대충 찍고 나온 국민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투표행위 또한 정치를 후진시킬 수 밖에 없으며, 지난 시기 국회의 비생산적인 활동과 공천난맥과 당파갈등과 같은 정치부실을 다시 초래하는 '과오의 인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또 정치 활동에 관한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기에 선거에 대한 국민 관여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참국민에 대한 책임 또한 정치에 있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투표애국 불참매국의 흑백론은, 어쩌면 오히려 민주주의의 근본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것일지 모른다. 목표와 취지가 아무리 숭고해도 타인을 억압하고 훈계하고 압박해서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열린 사회의 적일 뿐이다. 투표하라고 다그치고 투표 안했다고 힐난하고 싶은 그 마음을 멈추고, 그대로의 민의를 인정하는 게 옳다. 투표율을 끌어올리고 싶은 의욕은, 투표하고 싶은 마음을 끌어올리는 '노오오력'에서 그쳐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6041315282866238A">
</center>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