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혼자 밥 먹기 어렵지 않아요.

갈수록 점점 약속과 모임들이 줄어드는 것이 나이를 먹어가는 증거인지, 먹고사는 데에 정신이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져 잦은 약속이 부담스러워서이기도 하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늘어나서이기도 할 것이다. 옛날에는 혼자서 무얼 한다는 것이 왠지 처량하고 청승맞아 보였지만 지금은 혼자서 잘 노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혼자’와 ‘고독’을 제목으로 앞세운 책들이 서점에 자주 보이기 시작하면서 외로움이나 고독을 오히려 권하는 사회로 변하기 시작했다.

20대가 훌쩍 넘도록 혼자서 밥 한 끼 먹어보지 않은 내가 갑자기 배낭 하나 짊어지고 태국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을 때. 내 인생이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낯설고 정신없는 태국 여행자의 거리에서 혼자 먹었던 20바트짜리 볶음밥의 맛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날의 분위기와 맛에 취해 나는 아직도 태국에 가면 꼭 첫 끼는 나의 힐링푸드라 부르는 볶음밥을 시킨다. 볶음밥을 먹고 난 후에야 비로소 태국에 도착한 것이 실감이 난다. 어찌 됐건 그 이후로 나는 혼자 밥 먹기를 그다지 어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태국식 볶음밥

그때의 볶음밥이 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순히 볶음밥이 맛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때의 온도, 거리의 소음, 사람들과 분위기가 모두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도 남의 눈치를 보거나 신경이 다른 곳에 가 있으면 기억의 남는 식사로 맛있게 먹기가 힘들다. 아직도 혼자 밥 먹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나는 말하고 싶다. 남들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혼자 밥 먹기부터 시작해보라고.

글=푸드디렉터 오현경,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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