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현장] 변협 테러방지법 '몰래' 지지 부메랑

폭넓은 의견수렴 미흡, 정무적 감각 의문…'정치소품' 자처, 인권옹호 변협 사명 역행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테러방지법에 전부 찬성한다?" 변호사들은 느닷없는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의 테러방지법 찬성의견서 소식을 듣고 어리둥절해 했다. 변협 회원을 상대로 폭넓은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회장과 일부 임원진의 '긴급회의'로 결정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 의견서는 지난 24일 오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에게 전달됐다. 여당은 천군만마를 얻었다. '法' 전문가인 변호사 단체가 대놓고 여당 손을 들어줬으니 새누리당에는 호재였다.
변협은 2만 변호사를 대변하는 '법정 변호사 단체'다. 판단의 무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단체가 "변협도 테러방지법이 인권대책을 갖췄다는데 왜 반대하느냐"는 여당 논리의 '정치 소품'을 자처했다. 변협의 이번 행동은 '정무적 감각'에 대한 의문을 낳게 한다. 테러방지법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섣불리 여당 손을 들어주면 정치적 부담은 변협이 떠안게 된다. 폭넓은 의견수렴 절차라는 안전장치도 없이 서둘러, 그것도 '몰래' 의견서를 전달한 배경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거래나 어떠한 압력에 따른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변협의 이번 행동은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욕을 뒤집어쓰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테러방지법 찬성'이라는 결론의 적절성은 두 번째 문제다. 똑같은 결론을 도출하더라도 폭넓은 의견수렴과 투명한 판단 과정이 뒤따랐다면 어땠을까. 변협 스스로 권위를 유지하며 발언권에도 무게감이 실리지 않았을까. 변협 의견서는 이미 세상에 공개됐다. 정치적 부담과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은 변협의 몫이다. 변협의 권위는 '변호사 배지'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국민이 변협 판단을 경청하는 배경이 무엇이겠는가. 하창우 회장은 취임사에 담긴 약속을 실천하고 있는지 곱씹어보기 바란다.  "우리의 권익을 내세우기에 앞서 인권옹호 실현이라는 사명을 되새기고 국민 앞에 겸허히 고개 숙이겠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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