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SC 순손실…해외은행 이탈 가능성·프랑크푸르트·싱가포르드 등 반사이익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영국을 대표하는 은행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가 잇따라 부진한 실적을 공개하며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신흥국 경기부진 가시화로 은행들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악재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이 영국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지난해 15억달러의 세전 손실을 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은행이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89년 이후 26년만이다. 지난해 매출은 154억달러로 전년보다 15% 줄었다. 실적 발표 이후 은행의 주가는 이날 런던 증시에서 장중 12% 넘게 급락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자산 기준 유럽 최대 은행인 HSBC도 마찬가지다. HSBC는 지난해 4분기에 13억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4분기 매출은 118억달러로 18% 줄었다. 지난해 전체로는 흑자를 냈지만 시장 예상치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두 대형은행 실적 부진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의 부진이다. 15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들 은행은 중국과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중동 등 신흥국을 기반으로 성공을 일궜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영업이익의 90%가 아시아·중동·아프리카에서 나온다. 최근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가시화된 데다 유럽·일본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른 은행권 위기설까지 확산되면서 이머징 시장의 경제 붐을 바탕으로 한 이들 은행의 성공 신화가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각각 17%, 27% 급락했다. 신흥국 부진의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은 두 은행들 뿐 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영국 은행들은 오스트리아·포르투갈·네덜란드에 이어 유럽에서 4번째로 신흥국 익스포저가 높다. 영란은행(BOE)은 지난해 말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부진을 자국 은행권의 최대 위험으로 꼽았다. 최근 국제 금융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브렉시트도 악재다. 영국은 금융업의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한다. 많은 해외 은행들이 영국을 유럽 금융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고 있다. 영국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국은행들은 250곳이 넘는다. 영국이 EU 회원 자격을 잃게 될 경우 상당수의 은행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점이전이나 인력 재배치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HSBC는 본사의 홍콩이전 계획은 취소했지만 브렉시트가 되면 본사 인력의 1000여명을 파리로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금융중심지 '시티오브런던'의 위상 역시 금이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런던이 유럽 금융허브의 지위를 프랑크푸르트, 더블린 등에 내주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유럽 밖으로는 뉴욕, 싱가포르, 홍콩, 도쿄 등이 브렉시트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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