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내 몸은 내가 지킨다!

올겨울은 고생 안하고 잘 넘어가나 했더니 역시나 또 독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서러운 생각이 든다. 제일 서러운 것은 아플 때 혼자 밥을 챙겨 먹는 일이다. 죽이라도 사들고 잠시 들여다봐줄 가까이 사는 동네 친구조차 없을 때에는 굶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땐 마냥 누워 혼자인 것을 서러워하지 말고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일념으로 무어라도 만들어 먹어야 한다. 별다른 재료가 없어도 쌀만 있으면 내 몸 지킬 한 끼는 충분하다.

죽은 농경문화가 싹틀 무렵부터 인류가 만들어 먹은 가장 오래된 곡물 음식으로, 토기에다 물과 곡물을 넣고 가열하여 죽을 만들어 먹었다. 서유구의 『임원십육지』(1827)에서는 죽이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소화에 도움을 주어 음식의 가장 좋은 묘책이라고 하였다. 흰 죽은 쌀죽이라고도 하는데 소화가 잘 되므로 아픈 사람이나 노인들에게 좋은 음식이다. 흰 죽을 끓일 때에는 쌀이 충분하게 퍼졌을 때 불을 중간불로 줄여 수분이 졸아들지 않은 상태에서 고루 퍼져 어울리게끔 한다.

흰죽이 심심한 맛이 나 지겨울 때에는 냉동실 구석에서 꽁꽁 얼려진 채 잊혀 진 전복으로 전복죽을 끓여보자. 전복죽을 끓일 때에는 전복의 내장인 개우를 함께 넣으면 맛이 더욱 좋다. 개우에는 해초의 성분이 농축되어 있어 맛과 향이 독특하고 타우린과 비타민A가 풍부해 감기 등의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준다.

혼자라서 편하고 혼자라서 자유롭지만 아플 때는 혼자라서 더 아프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플 때 혼자라고 굶는다면 아직 내공이 부족한 것이다. 아무도 챙겨줄 사람이 없을 때 날 챙겨줄 이는 누구? 바로 ‘여러분’이 아니라 바로 ‘나’이다.

전복죽

전복죽

재료(2인분)

전복 2마리, 찹쌀 1/2컵, 참기름 2, 소금 약간

만들기

▶ 요리 시간 40분

1. 전복은 살을 조리용 솔로 문질러 씻어 숟가락으로 껍질에서 떼어내고 앞쪽을 잘라 단단한 입을 빼낸다.

2. 내장과 전복살은 굵게 다진다.

3. 찹쌀은 씻어 30분 정도 불린다.

(Tip 찹쌀 대신 멥쌀로 끓여도 된다.)

4.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내장과 전복살을 볶다가 찹쌀을 넣어 볶아 찹쌀이 투명해지면 물 3컵을 넣어 끓인다.

5. 국물이 끓으면 바닥을 저어가며 쌀알이 완전히 퍼질 때까지 은근한 불에서 끓여 주르륵 흐를 정도의 농도가 되면 소금으로 간한다.

(Tip 쌀알이 덜 퍼진 상태에서 되직해지면 중간에 뜨거운 물을 더 넣어 끓인다. 기호에 따라서 당근, 호박 등의 채소를 넣어 끓이기도 한다.)

글=푸드디렉터 오현경,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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