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관심없는 '초식남' 급증으로 매출 급감…한달간 성관계 '0' 부부 45%
일본 제2의 콘돔 제조업체인 가나가와(神奈川)현 아쓰기(厚木) 소재 사가미(相模)고무공업 공장에서 콘돔 포장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요즘 주변에서 '초식남(草食男)'이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듣는다. 이는 일본어 '소쇼쿠케이단시(草食系男子)'의 줄임말로 경제력이나 외모와 무관하게 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여성에게 관심이 없으며 자기 취미만 추구하는 남성을 가리킨다. 일본에서 왜 이런 말이 생겼을까.영국 소재 콘돔 제조업체 듀렉스는 2005년 '글로벌 섹스 설문조사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당시 41개국 31만7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일본인들의 경우 연간 성관계 횟수가 평균 45회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41개국 시민 가운데 가장 적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리스인들이 연평균 138회, 중국인들이 96회였다.2014년 사단법인 일본가족계획협회의 조사 결과 16~24세 일본 여성 가운데 47%가 성관계에 관심이 없거나 이를 경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연령대 일본 남성들의 경우 18%에 달했다.기혼 남녀의 성관계도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달 동안 부부간에 성관계가 전혀 없다고 답한 커플이 45%를 기록했다. 2012년 같은 조사에서는 41%, 2004년 조사에서는 32%였다.일본 제2의 콘돔 제조업체 사가미(相模)고무공업이 2013년 조사해보니 20대 일본 남성 중 41%는 성경험이 전혀 없었다. 가나가와(神奈川)현 소재 사가미의 오하토 이치로(大跡一郞) 사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이를 두고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일본의 젊은 남성들에게 숫기가 없다"고 탄식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 콘돔 매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사가미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은 중국에서 외제 콘돔의 인기가 뜨겁기 때문이다.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날로 늘면서 사가미의 초박형 콘돔이 동날 지경이다. 오하토 사장은 "일부 매장에서 중국의 춘제(春節ㆍ설) 전에 콘돔이 동나지 않도록 재고 공급량을 조절했다"며 "소매상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더 많은 제품을 원한다"고 밝혔다.도쿄(東京) 주재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의 모리 마사시(森正史) 애널리스트는 "중국제 저질 콘돔에서 안전성 문제가 드러난 뒤 중국인들이 일제 고품질 콘돔에 눈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지난해 4월 상하이(上海) 경찰 당국은 현지에서 제조된 저질 짝퉁 콘돔 3만개를 압수했다. 그보다 2년 전 아프리카 가나 당국은 한 중국 기업으로부터 수입한 콘돔이 성관계 중 찢어지는 불량품이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중국 본토인은 500만명으로 2014년의 배였다. 이에 기저귀와 여성용품에서부터 전기밥솥, 변기 커버까지 온갖 일본산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영국에 자리잡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유로모니터의 제러드 콘웨이 일본 담당 리서치 매니저는 "일본이 중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메카가 됐다"고 말했다.사가미도 중국인들의 싹쓸이 쇼핑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1~10월 사가미의 주가는 137% 올라 주당 1071엔(약 1만850원)을, 일본 제1의 콘돔 제조업체 오카모토 주가는 156% 상승해 1099엔을 기록했다. 이후 양사 주가 모두 곤두박질친 것은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과 위안화 가치 하락 탓이다.모리 애널리스트는 일본 콘돔시장의 장기 전망을 밝게 본다. 그는 "중국 경제체제가 제조업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변한다면 중국인들이 더 나은 품질의 상품을 원하게 될 것"이라며 "이에 일본 콘돔시장이 더 성장할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사가미는 말레이시아 페라크주(州) 이포에 자리잡은 두 공장 가운데 한 곳을 확장 중이다. 이도 모자라 이포에 제3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오하토 사장은 "봄이면 일본 내수용 초박형 콘돔 생산량이 배로 늘어 연간 8000만개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두께 0.02㎜의 폴리우레탄 재질로 만든 사가미의 6개 들이 초박형 콘돔 값은 라텍스로 만든 일반 콘돔의 배인 1000엔이다. 중국인들의 수요 덕에 가장 빈번하게 동나는 제품이 고가의 초박형 제품이다. 사가미는 지난달 초순 중국에서 직접 배송 서비스에 나섰다.사가미의 콘돔 수요가 절정을 이룬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이후 일본의 인구 감소에다 내수경기 정체까지 겹쳐 수요가 점차 줄더니 2000년 이래 끔찍한 지경으로 전락했다 최근 들어서야 중국 소비자들 덕에 숨통이 트였다.초식남들을 보다 못한 사가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도쿄에서 '사비신보(외로움쟁이) 나이트'라는 행사까지 열어줬다. 지난해 행사에 싱글 5000명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가미는 원하는 여성들의 경우 무료로 입장시키고 이벤트 중 자사 콘돔을 무료 배포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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