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초콜릿이나 비싼 선물보다 함께 한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요?"'발렌타인 데이'였던 지난 14일 오후 대학로 한 음식점에서 만난 두 연인은 기념일을 맞아 맛집을 찾아온 경우다. 특이한 점은 발렌타인 데이를 상징하는 초콜릿이나 선물이 담겼을 만한 쇼핑백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기념일이라고 해서 선물을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맛집 쿠폰 하나로 저렴하면서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걸로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2030 세대 연인들의 '기념일 나기'가 달라지고 있다.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고 비싼 레스토랑을 찾던 기존 관행에서 탈피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함께 하는 것'의 의미를 찾는 연인들이 많아진 것이다.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해가 갈수록 발렌타인 데이와 같은 기념일을 앞두고 초콜릿이나 향수, 화장품 쿠폰 구매자 수는 줄어들고 저렴한 맛집 쿠폰이나 커플링 만들기와 같은 이색 데이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여자친구와 1주년을 맞아 커플링을 직접 만들었다는 직장인 임시환(31)씨는 "보석점에서 커플링을 맞추는 가격의 거의 반값으로 훨씬 더 의미있는 반지를 만들어 낄 수 있었다"며 "여자친구도 선물을 받을 때보다 훨씬 좋아했다"고 말했다. 최근 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가상 부부가 커플링을 함께 만드는 장면이 소개돼 인기를 끌면서 반지나 팔찌 등 커플 액세서리를 함께 만들 수 있는 카페나 작업장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기본 모형만 갖춘 도자기 인형에 매직이나 특수펜을 이용해 색칠을 하고 꾸미는 '나만의 도자기인형 만들기'도 인기다. 마포구 상수동에서 도자기 인형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김미영(29ㆍ여)씨는 "5년 전 처음 매장 문을 열 때만 해도 혼자 오거나 친구들끼리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연인들이 거의 70~80% 정도"라며 "저렴하면서도 둘만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들 찾아오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2명이 도자기인형을 만드는 데 드는 가격은 인형 1개당 1만3000~1만5000원 정도다. 최근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기념일에 지출하는 평균 비용이 1인당 4~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꽤 비용이 절감되는 셈이다. 이처럼 '저렴한 데이트'를 찾는 연인들이 많아진 것은 점점 삶이 팍팍해지는 청춘들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 고용불안, 전세난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껴안은 젊은층 사이에서 상업화된 데이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일어나고 있다"며 "불필요한 데이트나 기념일 비용을 아껴 결혼자금을 모으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는 데 가치를 두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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