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오픈 흥행카드 '소란이야? 소통이야?'

피닉스오픈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 운집한 갤러리. 스코츠데일(美 애리조나주)=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맥주를 마시면서 떠들다가 좋아하는 선수가 나오면 응원을, 마음에 안들면 야유를 퍼붓는다. 축구나 야구경기장이 아니다. 선수가 셋업하는 순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골프장이라는 게 놀랍다. 바로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골프장(파71ㆍ7266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650만 달러)이다. 주최 측은 아예 '소란'을 공식적으로 허용해 흥행카드로 삼는다. 매년 60만명에 육박하는 구름갤러리가 몰리는 이유다. 16번홀(파3)이 대표적이다. 홀 전체를 둘러싸고 최대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스탠드를 조성해 마치 야구장 같은 분위기다. 로마시대 검투장과 비슷하다 해서 '콜로세움'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선수들은 선글라스와 스케이드보드 등 선물을 준비해 갤러리에게 나눠준다. 일종의 '통과세'다. 마이클 톰슨(미국)은 예전에 돈까지 뿌렸다. 올해 역시 리키 파울러와 버바 왓슨(이상 미국) 등이 모자를 건넸다.피닉스오픈이 같은 기간에 열리는 미국 최고의 인기스포츠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과 대놓고 흥행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동력이다. 슈퍼볼은 미국 내 TV시청률이 50%에 이른다. 안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그것도 피닉스오픈 최종 4라운드가 열리는 8일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코츠챔피언십은 이를 의식해 일정을 하루 앞당겨 7일 마무리했다.피닉스오픈은 그러나 아랑곳 하지 않는다. 지난해는 슈퍼볼이 스코츠데일골프장 인근 글렌데일에서 열렸지만 나흘동안 56만명이나 입장했다. 이쯤되면 골프대회가 아니라 축제다. 떠드는 게 전부가 아니다. 골프장 곳곳에서 술을 팔고, 갤러리는 커다란 맥주잔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닌다. 오는 11월에는 마리화나 합법화를 묻는 주민투표까지 열릴 예정이다. 선수들은 물론 괴롭다. 가뜩이나 시끄러운데다가 일거수일투족이 대형 화면에 클로즈업 되면서 부담이 커진다. 지난해 우승자 브룩스 켑카(미국)는 "선배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상상 이상의 압박을 받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안 폴터(잉글랜드)는 "16번홀에서는 귀를 막고 티 샷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올렸고, 빌리 호셀(미국)은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고 했다. 2001년에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퍼팅할 때 오렌지를 던진 갤러리가 있었다. 우즈는 이후 14년 동안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다. 우즈가 없어도 대회장은 언제나 만원이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밤에는 인근 공터에 특설무대를 만들어 록 콘서트를 열어 준다. 선수가 아닌 갤러리에게 '올인'하는 마케팅이다. 피닉스오픈의 진짜 매력은 소란이 아니라 억눌렸던 갤러리의 숨통을 터주는 '소통'으로 보인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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