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청춘들, '밥팁' 공유하기 유행

부애리기자가 쓰는 '청년백서'

사진=게티이미지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돈 없고 배고플 때 점심부터 저녁까지 무료로 먹는 팁이 있다" 최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스스로의 궁핍한 상황을 부끄러워하여 숨기기보다 그것을 해결하는 노하우를 공유하여 끼니를 해결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 '청년빈곤'의 한 단면이지만, 나름으로 슬기롭게 문제를 극복해나가려는 디지털세대의 눈물겨운 지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10~20대가 즐겨찾는 커뮤니티에는 '공짜로 밥 먹는 법''돈 아끼는 법'등의 정보가 담긴 게시물들이 올라온다. 무료급식소 밥 메뉴를 인증하는가 하면, 밥을 공짜로 해결할 수 있는 팁을 제공하기도 한다.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흙수저갤러리'의 한 게시물 작성자는 여러 장의 헌혈증 사진을 올리면서 "4달째 애용하고 있는 방법"이라며 헌혈을 이용한 한 끼 때우는 방법을 설명했다.

사진 = 디시인사이드

그는 "보통 번화가에 있는 헌혈의 집은 오후 3시쯤에 가면 대기인원 때문에 1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며 "그럼 1시간동안 롯데샌드, 빠다코코넛, 토마토주스, 오렌지주스를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점심을 거르고 가서 점심을 대신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중고나라 생활팁도 있다. 중고물건을 거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나라'에 가면 "그냥 가져가세요"라는 제목의 글들이 올라와있다. 각종 생활용품이나 가구 등을 택배비만 부담하면 가져 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청년들은 독거노인이나 불우이웃에게 제공하는 무료급식소를 찾는일을 더이상 주저하지 않는다. 포털 지식검색서비스에는 "20대인데 무료급식소가서 밥을 먹으려 하는데 자격조건이 따로 있느냐"며 신분확인 절차가 필요한 지를 묻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무료급식소에서 받은 식판이나 배식장소 사진 등 후기 인증샷을 공유하는 일은 예사다.디시인사이드 유저 '가난그릴스'는 본인의 경험에 바탕을 둔 '생존꿀팁'을 올리며 온라인 세계 스타가 됐다. '가난그릴스'라는 아이디는 오지 생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베어그릴스'에서 왔다. 베어그릴스가 정글, 사막을 헤쳐 나가듯 그에게 가난은 요령껏 살아남아야 할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다.

사진 = 디시인사이드

가난그릴스는 '돈과 보일러 없이 방온도 10도 올리기'라며 신문지를 활용한 보온방법을 소개하는가하면 '힘들 때 살아남는 상식 10가지'를 공개하기도 했다.<div class="break_mod">-가난그릴스의 겨울생존법 10가지-1.머리에 모자쓰기 2.양말 두겹신기 3.수건에 물 묻혀 씻기 4.옷 안에 휴지넣고 다니기 5.청소년센터에서 무료급식 먹고오기 6.동사무소 가서 긴급구호 받기 7. 자원봉사하고 돈벌기 8.박스로 집짓기 9. 솔잎 꾸준히 따먹기 10.행복한 생각하기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청년들이 가난을 부끄러워하고 숨기지 않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사회구조 탓이다'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사회에 대한 자조적인 시선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여전히 일부 청년들은 가난을 창피해하고 장학금을 준다고 해도 숨기도 한다"면서 "청년들이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우리'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궁상을 창피해하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했다.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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