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겨울, 임신한 아내가 입덧을 한다. 입덧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던 아내가 갑자기 상큼한 딸기를 먹고 싶다고 하니 남편은 대략 난감한 얼굴로 길을 나서지만 엄동설한 어디서도 딸기를 구할 수가 없어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옛날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했을 법한 장면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스토리는 없다. 이제는 입덧하는 아내가 딸기를 찾으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한겨울이라도 동네 슈퍼마켓으로 달려가면 딸기를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딸기
어릴 적 기억에 생일이 있는 5월이면 딸기가 한창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딸기는 도도함을 풍기는 과일로 매일 먹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선물처럼 딸기가 생일상에 한 접시 오르면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고 혼자 배불리 먹었다. 이제 딸기는 겨울에 먹는 과일이 되었다. 호텔에서는 봄이 오기 전 한겨울에 특별한 이벤트로 경쟁하듯 딸기 뷔페를 개설하고 신메뉴를 개발하여 선보이고 있고 트렌디한 젊은 청춘남녀들은 딸기 뷔페의 놀라운 가격에도 예약 대기 중이다. 딸기 농장에서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딸기 따기 체험이 한창이니 물 만난 고기처럼 겨울철 딸기의 활약이 대단하다.
딸기를 이용한 여러가지 딸기요리
딸기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고 식이섬유와 엽산, 칼슘, 철분 함량도 많다. 입덧하는 아내가 딸기를 찾는 건 어쩜 당연한지도 모른다. 딸기의 새콤한 맛을 내는 유기산은 식욕을 증진시켜 입덧이 심한 임신 초기 영양 공급과 함께 입맛을 찾아주는 좋은 식품이다. 그러니 임산부뿐 아니라 입맛을 잃은 환자나 수험생들에게도 효과적이다. 또 엽산과 철분은 임신 중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성분으로 부족하면 태아의 건강에도 영양을 미치게 되니 입덧하던 시절 딸기가 먹고 싶어 남편을 추운 겨울에 방황하게 만들었던 건 아내가 아니라 뱃속의 아이였다. ‘먹는 화장품’이라고도 할 만큼 딸기의 풍부한 비타민C는 콜라겐 생성을 도와 피부를 탄력 있게 만들어 주어 찬바람에 거칠어지기 쉬운 피부에도 도움이 되니 딸기는 아무래도 여자와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딸기프라페
딸기는 언제나 귀한 대접을 받으니 보관할 때에는 씻지 않고 그대로 보관했다가 먹기 전에 씻도록 하고 딸기를 케이크나 타르트 등의 디저트에 활용할 때에는 물에 가볍게 씻어 키친타월로 물기를 완전히 잘 제거해야 디저트 위에서 오랫동안 빛을 낸다. 물기가 있으면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냉동보관 해야 할 때에는 씻어 바로 냉동하고 해동하지 말고 그대로 블렌더에 갈아 마시는 것이 좋다. 또 딸기에는 펙틴이 풍부하여 다른 과일보다 잼을 쉽게 만들 수 있고 상큼한 맛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신선한 딸기와 좀 더 시간을 보내다 봄이 올 때쯤, 도도했던 딸기가 잼을 허락할 때 만들어도 늦지 않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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