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된 여아, 복대로 ‘칭칭’…질식사 시킨 母 항소심서 ‘집유’

[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복대와 압박붕대 등을 온 몸에 칭칭 감아 딸아이를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앞서 이 여성은 지난해 6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대전고법 제1형사부(유상재 재판장)는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32·여)에게 원심판결 파기 및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천안 아산시 소재 주거지에서 복대와 압박붕대, 손수건 등으로 17개월 된 자녀의 몸통과 양 다리, 양 발목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그대로 장시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1심, 범죄의 증명 없는 아동학대 및 사고사 개연성 따른 ‘무죄’ 선고하지만 A씨는 자녀의 잠버릇을 고칠 목적 등으로 자녀의 몸을 구속했다고 주장,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수면 중 뒹굴기와 사람 위에 올라타기 등 피해 영아의 잠버릇에 대한 보육시설 관계자와 친부의 증언이 A씨 주장과 일치하고 이 때문에 지적장애와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첫째 아들과 격리, 다른 방에서 복대 등으로 피해 영아를 감싸 재웠다는 주장에 신빙성이 더해지면서다.특히 1심 재판부는 복대와 압박붕대 사용에 따른 눌린 자국이 있는 것 외에 아동학대 등의 징후가 보이지 않은 점과 “피해 영아가 A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잘 따랐다”, “사고 당일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했다” 등 친부의 증언을 토대로 사고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또 “피고인에게 학대의 고의(신체구속을 통해 자녀를 사망에 이르게 할 만한)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 무죄를 판결해야 하는 무죄추정 원칙을 따랐다.◆항소심, ‘미필적 고의’ 인정…다만 “딸 잃은 슬픔, 남은 자녀 양육 등 감안”반면 당심(항소 재판부)은 “(아동 등) 학대에 있어 ‘고의’는 반드시 학대의 목적 또는 계획적 학대의 의도를 갖고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이어 “학대는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에게 육체적 고통을 주거나 정신적 차별을 인식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되고 그 인식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인정된다”며 피해 영아가 사망케 된 과정(신체구속에 따른 질식)에서의 ‘미필적 고의’를 부각했다.피해 영아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답답함과 공포심, 저림 또는 마비 등의 고통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고 A씨는 이러한 고통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미필적으로나마 고의를 가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재판부가 바라본 ‘미필적 고의’의 요지다.다만 항소심에서 검찰이 주장한 A씨의 ‘학대치사죄’에 대해선 일정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9시간가량 신체가 구속되는 것만으로 피해 영아가 압착성 질식사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것은 통상 일반인이 예견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이와 관련된 원심의 판(단)결은 예견 가능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검찰 측 주장을 일축했다.그러면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딸을 잃은 슬픔과 죄책감에 누구보다 괴로울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고 피고인의 남편이자 피해 영아의 아버지가 선처를 바라는 점, 장애가 있는 큰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 등을 감안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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