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 3600억달러…금융당국은 충분하다지만, 현금성 자산 비중은 낮아 시장은 불안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강구귀 기자]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21일까지 34거래일 연속 '셀(Sell)코리아'에 나서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도 1200원 선을 웃돌며 고공행진 중이다. 금융당국은 36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위기가 닥칠 때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특성을 감안할 때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외국인은 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인한 순매수 전환을 제외하면 작년 12월2일부터 전날까지 사실상 34거래일 내내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존 순매도 최장기간 기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33거래일(6월9일~7월23일)이었으며, 이 기간 외국인은 총 8조9834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유가하락으로 타격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가 12월에만 주식시장에서 7000억원 이상을 매도하는 등 오일머니의 엑소더스가 큰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은 최근 성장률 7%대 벽인 '바오치'가 무너지는 등 중국경기 둔화와 위안화 평가절하, 원ㆍ달러 환율 상승, 국제유가 하락 등 대외 악재가 원인이 됐다. 달러화 예금은 지난해 12월 13억7000만달러로 감소세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달러화 예금이 더 빠져나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가 반등에 성공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강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유가 하락으로 재정 손실을 입은 국가들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21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 가격이 전장 대비 4.2% 오르자 22일 장초반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순매수를 보였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제유가가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데 반등에 성공할 경우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도세는 줄어들 것"이라며 "외국인 순매도는 유가 하락에 따라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해외 투자금을 회수 중인 오일머니들이 주도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증시 불안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심리에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일 외국인은 10년 국채선물 5682 계약을 하며 사상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6억달러어치의 한국 채권을 처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3600억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지만,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5%에 못 미친다. 당장 위기가 닥쳤을 때 꺼내 쓸 수 있는 급전은 부족하다는 뜻이다.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산유국들의 해외투자 자금 중 한국 주식 비중이 많이 낮아진 만큼 추가적인 매도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해외투자 자금 중 한국 주식 비중(1.64%)이 MSCI 세계지수 내 한국 비중(1.56%)에 근접한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유가가 30달러 초반까지 반등하는 국면에서의 외국인 자금 복귀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채권자금 유출 등 외국인 자금흐름의 변화에 의미를 부여하며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김재춘 금감원 외환감독국장은 "(외국인 자금흐름과 관련) 계속 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경상수지로 외국자금이 1200억달러 이상 들어왔고, 자본거래ㆍ내국인 해외투자로 800억달러가 나갔다. 전체적으로 250억달러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채권 유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이너스지만 이는 일시적이었다"며 "최근 들어 조금씩 들어오고 있고 전체적으로 자금 수급에도 문제가 없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오늘 증시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에 변화가 보이고 있는데 일시적 현상인지, 기조가 바뀌는 것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외부 충격을 완충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고, 보유자산의 유동성 및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한국은행이 현금성자산을 적절하게 보유하기를 권고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은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유동성 확보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현금성자산을 어느 정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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