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늘 오후 양대지침 최종안 발표…노정갈등 격화될 듯(종합)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오현길 기자]정부가 이른바 '쉬운 해고' 논란이 일었던 양대지침 최종안을 22일 발표한다. 한국노총이 9ㆍ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한 지 불과 3일만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양대지침 강행에 따라 노정갈등은 격화될 전망이다.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타협 파기의 직접적 원인이 된 양대지침의 최종안을 공개할 예정이다.양대지침은 저성과자 해고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일반해고 요건 지침, 근로자(또는 노동조합) 과반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지침을 가리킨다. 4대 입법과 달리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 정부가 공식 발표하면 기업들은 양대지침을 현장에서 바로 시행할 수 있다.
◆대타협 파기 3일만에 발표, 내용 살펴보니=정부가 대타협 파기 직후 곧 바로 양대지침을 발표한 것은 이미 정년 60세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현장의 혼선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미 현장 의견수렴 절차도 마친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전날 한화그룹 노사 대표들을 만난 것을 비롯해 같은 날 이기권 장관은 인천ㆍ수원지역, 고영선 고용부 차관은 대구ㆍ광주지역을 각각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양대지침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다.이 장관은 인천지역에서 열린 노사 간담회에 참석해 "양대지침에 대해 현장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전달되지 않아 '쉬운 해고'로 오해되고 있다"며 "근거없는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빠른 시일 내 지침을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양대지침 최종안은 지난해 말 발표한 초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성과가 낮은 근로자에 대해 재교육, 전환배치 등을 실시했음에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일반해고 사유에 해당한다. 다만 육아휴직자나 전임 노조활동 후 복귀한지 1년이 채 안된 근로자는 대상에서 제외해, 근무평점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없게끔 했다. 또 취업규칙 지침은 임금피크제 도입, 근로시간 단축 등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노조나 근로자의 '동의'가 아닌 '협의'만으로도 가능하게끔 하는 내용이 골자다. 고용부는 이달 내 양대지침에 대한 가이드라인 북을 제작해 현장에 배포하고, 집중지도, 순회교육,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에 조기 정착할 수 있게끔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독자적 추진에 노정갈등 격화 우려=최종안 발표에 따라 노정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정부의 일방적인 양대지침 강행을 대타협 파기의 원인으로 지목한 만큼, 독자적 추진이 빚어올 후폭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이 장관과 고 차관은 대타협 파기 직후부터 인천, 경기, 전남 등 전국각지를 찾아 노사 관계자들을 만나고 양대지침에 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해왔으나, 노동계 대표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정부가 발표한 초안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회사의 일방적인 평가가 얼마나 공정할 수 있을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반 해고가 도입되면 형식적인 재교육이나 전환배치 등을 한 뒤 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해고를 하는 '쉬운 해고'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도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판례 등에 근거해 노동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 변경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변경의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초안을 제시했지만, 노동계는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만큼 사측의 입맛대로 취업규칙이 정해질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한국노총은 양대 지침에 대해 가처분 소송, 위헌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비롯해 산하조직에 대응지침을 시달해 적극적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9일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며 "평균 근속년수 5년, 정년까지 가는 노동자 비율이 10%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징계해고와 정리해고만으로도 노동자들은 상시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를 해야지 정부가 하듯이 시간에 쫓겨 다룰 성질이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4·13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투쟁전선을 이룰 가능성도 크다. 김 위원장은 "총선공약을 마련하고, 박빙이 예상되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노동자 후보와 정당에 대해서는 조직적인 심판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일각에서는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양대지침 강행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대타협이 파기된 상황에서 정부가 독자적으로 양대지침을 강행하는 것이 노사 신뢰기반을 더 깎아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종=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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