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재계가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주력산업과 기업의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기능을 상실한 국회 때문에 위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재계가 주도하는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명 서명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정치에 휘둘려온 재계의 울분의 표출이자 절박한 호소다. 20일 삼성에 이어 21일은 CJ그룹이 사옥에 부스를 설치하고, 다른 기업들도 서명부스를 마련하거나 온라인 서명운동에 참여한다. 업종별 단체들의 가세도 본격화되고 있다. 17개 건설단체에 이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와 대한석유협회, 선주협회와 항만물류협회, 도선사협회 등 19개 해운항만 관련 단체들이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서명대를 운영하기로 했다. 시민단체들도 거리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운동 사무국은 "전날까지 6만여명이 온라인으로, 8000명이 오프라인으로 서명해 주중 온오프라인에서 서명에 참여한 사람은 1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전국에서 서명운동이 확산되는 것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기능 회복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상황인식을 반영한다. 위기를 타개하고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꿔야 하지만 관련 법안들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4월 총선을 코앞에 둔 국회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노동개혁법은 물론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연장안과 원활한 사업재편을 위한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조차도 대기업은 제외하자고 하는 야당의 주장으로 통과조차 못하고 있다. 저성과자 해고 문제와 정년연장에 맞춰 도입하고자 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변경은 논의의 대상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또다시 총파업 카드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노동개혁 논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파기하면서 답보상태에 빠져있다.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들은 순환출자금지, 내부거래 축소 등 각종 경제민주화법에다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단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단기간에 급등하는 임금부담으로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업구조조정을 못 하게 되면서 금융기관이 부실화돼 금융위기로 바로 연결되고 이는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이날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엄청난 무게로 다가오고 있는 위기를 감지하고 대처하는 관리들도 별로 보이지도 않고 국회는 더더욱 관심도 없어 보인다"면서 "1997년과 같은 위기로 추락할 수도 있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정파나 좌우이념을 떠나 위기극복을 위해 전심전력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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