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팔문 화성도시공사 사장의 7년적자 공기업 바꾼 혁신2014년 당기순손실 197억·부채 2440억개별분양 대신 일괄매각 미분양 털기분양률 14% 산업단지 허용업종 확대"세금 먹는 하마, 오명 탈출 위해 뛴다"
지방공기업도 경영을 건전하게 바꿀 수 있다. 강팔문 화성도시공사 사장은 그런 사례를 잘 보여준다. 악재가 쌓여있는 공기업을 1년여만에 흑자를 내는 회사로 바꿔놓았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꾼 덕분이다. 강 사장이 사무실에서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대담·정리=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지방공기업이라고 하면 으레 '세금 먹는 하마'라고 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요. 그만큼 잘못한 바가 많아서 그렇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제는 정부가 나서 강제하지 않더라도 세금을 내는 시민들을 위해 스스로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만 하죠. 우리만이라도 단단히 마음 잡고 경영을 개선해 시민 부담을 줄이려고 합니다."강팔문 화성도시공사 사장이 이렇게 말을 꺼냈다. 화성시 향남읍의 화성종합경기타운 하부에 자리잡은 집무실에서 지난 6일 오후 만난 터였다. 강 사장은 지탄받는 적자 투성이 지방공기업에서 막 벗어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도 건전한 공기업의 반열에까지 오르지는 못했다며 긴장을 풀지 않는 모습이었다. 화성도시공사는 기존 설립된 화성도시공사와 화성시설관리공단을 통합한 조직이다. 통합 공사는 2011년 출범했다.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화성종합경기타운과 향남버스환승터미널 등 17개 시설 관리운영은 물론 장애인복지관 건립, 전곡해양 일반산업단지 조성 등이 업무영역이다. 강 사장은 지난 2014년 10월 취임할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2008년 처음 도시공사 출범 때부터 따지면 강 사장이 취임하던 당시까지 7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었다. 2014년에만 당기순손실이 197억원에 달했다. 부채는 2440억원까지 치솟아 있는 상태였다.누적 적자가 산더미인 데다 사업구조상 이익을 실현하기 어려운 사업들이 빼곡해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중앙 정부는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으며 실적부진으로 인해 내부 직원들의 사기도 극도로 저하돼 있었다. 더구나 통합 공사 이후에도 2개의 노조가 남아 갈등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2015년을 지나며 공사는 크게 바뀌었다. 우선 경영실적은 당기순익을 시현하게 됐다. 노조는 자연스레 하나로 통합됐으며 경영 개선에 따라 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올라 있다. 적자와 높은 부채비율에 허덕이는 지방공기업들이 화성도시공사를 주목하는 이유다. 1년 만에 어떻게 이런 상전벽해가 가능했을까. 우선은 골칫덩이 미분양 아파트를 깔끔하게 처분했다. 우정읍 조암리에서 아파트 11개동 635가구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이 있었는데 2014년 말 현재 미분양 물량이 204가구나 됐다. 2010년 착수시점부터 공사의 경영을 옥죄는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사업비가 약 1630억원에 달해 자본금 1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지방공사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규모였다. 강 사장은 취임 후 고민 끝에 미분양 판매전략을 바꿨다. 개인 수요자들에게 한 물건씩 팔아넘기기에는 작은 조직의 마케팅 여건상 부담이 크다고 보고 투자자에게 일괄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2014년 12월 부동산 투자자 모집 공고를 했는데, 작전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투자자들이 모여든 것이다. 이내 2015년 2월엔 우선협상 대상 투자자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3월 매각 잔금까지 모두 지급받았다. 공사는 채권단에 657억원을 갚으며 부실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부채감축계획도 이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다른 경영부담 요인은 전곡해양일반산업단지. 서신면 전곡리와 장외리 일원에 161만7023㎡로 조성된 이 산업단지 사업비는 5221억원에 달한다. 미분양 아파트보다 훨씬 더 큰 규모다. 전 김문수 경기도지사 시절 전곡항을 해양산업 메카로 조성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화성도시공사와 경기도시공사가 65:35의 비율로 맡아 착수한 사업이다. 그런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분양률은 고작 14.5%에 지나지 않았다. 5년간 판매한 실적 치고는 초라했다. 이번에도 뭔가 작전을 바꿔야 했다.취임 후 산업단지 관련 부서 직원들을 불러 해결방안을 토론하려 했으나 몇번씩이나 이들은 외출 중이었다. 부서 직원 2~3명이 거리에 나가 피켓을 들고 홍보를 하고 있었던 것. 강 사장은 당장 이들을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직원 두세명이 피켓 들고 기업체 방문한다고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관심을 갖겠어요. 더구나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산업단지가 얼마나 초라하면 볼품없게 마케팅을 하겠느냐고 오해받기 딱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강 사장은 공기업으로서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을 생각해 냈다. 방법은 이른바 '선수'를 기용하는 것. 산업단지 판매경험이 풍부한 민간 조직을 선정하면 보다 체계적인 마케팅을 통해 전곡항의 입지적 장점을 충분히 알리면서 판매도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곧바로 전문 분양대행사를 선정한 후 단점 보완에도 나섰다. 민간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꺾고 있었던 제한 규정을 개선했다. 산업단지 허용업종을 9개에서 16개로 확대했다. 3000평으로 묶어뒀던 필지분할 최저선도 수요자 요청에 따라 500평까지 풀었다. 일부 필지에는 업종을 혼용해서 배치해도 되도록 하고 버스노선을 신설해 교통 인프라를 확충했다.이렇게 바꾸자 판매고는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에만 17.7%가 팔려나가며 이전 5년치의 판매율을 넘어섰다. 강 사장은 "탄력을 받았으니 올해는 50%를 넘겨 기업들 스스로의 구전 효과에 의해 팔려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기존 악성 사업장이 서서히 정리돼가자 강 사장은 수익사업을 모색했다. 수익 실현을 통해 공사의 경영상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보자는 뜻에서다. 수도권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수요자들이 주목하는 동탄2신도시에서 2개 필지를 확보했다. 다만 공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구조화금융을 활용했다. 공사가 출자를 하되 프로젝트를 주관할 SPC를 만들어 재무적 투자자가 함께 하도록 한 것이다.작년 8월 민간사업자를 공모한 후 2개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SPC 설립까지 완료했다. SPC는 올 1분기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사업화추진평가금이라는 조건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총 221억원을 3년에 걸쳐 받기로 했으며 사업 종료 때 배당금을 15% 안팎 추가 배정받기로 했다. 채무보증 등의 리스크도 없어 재무여건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이런 노력은 화성시와 시의회의 협조로 이어졌고 자본금 추가출자까지 받아 재무구조가 단단해졌다. 지난해에는 금융부채 940억원을 상환했다. 부채비율은 310%에서 100% 수준으로 개선됐다. 사상처음 당해연도 흑자를 기록했다. 강 사장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누가 봐도 어려운 여건을 개선시킨 점을 감안하면 그냥 운 좋은 사람만은 아닌 듯 했다.그는 이전 일용직 건설근로자의 복지사업을 하는 건설근로자건설공제회 이사장을 지내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투자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심사도 없어 10여개에 이르는 투자사업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던 것을 바로잡아 수익을 내도록 바꾼 적이 있다.사망한 건설근로자의 퇴직금을 유가족에게 돌려주도록 하고 끝내 받아가지 않은 퇴직금으로 건설근로자의 신혼여행 자금 지원 등 복지사업을 펼친 바 있다. 그래서 강 사장은 천수답처럼 운을 받아먹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각고의 노력으로 승기를 잡는 '구원투수' 정도가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강팔문 사장은…일방적 강요하지 않는다, 스스로 먼저 찾아 공부하는 리더십강팔문 화성도시공사 사장은 국토교통부 전신인 건설교통부에서 주택정책과 국토정책 등의 분야를 주로 맡아 경력을 키워왔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을 거쳐 한국철도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2014년 10월 화성도시공사 사장에 부임했다. 경기도의 기초지자체 산하 13개 도시공사 협의회의 회장도 맡고 있다.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로 평가받는다. 스스로 철저하게 공부해 대안을 찾지만 일방적으로 강요하지는 않는다. 구성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업무를 논의하고 개선점을 찾아내는 스타일이다.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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