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의 7년 전 '신의'…美 부활로 '보답'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 자동차 새시 모듈 생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 2009년 미국 내 빅3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는 현대모비스에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생산공장을 인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공장은 크라이슬러 납품업체였던 아빈 메리트사가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공장을 지어놓고도 손을 뗀 곳. 당시 미국 경제의 극심한 불황과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법정관리 등으로 많은 기업들이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디트로이트를 떠났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경영악화 위험을 감수하고 심사숙고 끝에 크라이슬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7년이 지난 현재 두 회사는 미국 자동차 산업은 부활과 함께 동반 성장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시내에서 차량으로 약 30분을 달려 도착한 현대모비스 미시건주 현지 생산 공장. 웨스트 포트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부지 약 7만6033㎡, 공장 1만6198㎡ 규모로 자동차용 새시모듈(부품덩어리)을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b/>◇ 디트로이트 부활에 공장 쉴틈 없어= 이날 현지 직원들은 생산물량을 맞추기 위해 점심시간도 아깝다는 듯 부품을 조립, 새시 모듈을 만드는데 분주했다. 조성연 생산파트 부장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닷지 듀량고에 들어가는 프런트앤리어 새시모듈을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며 "미국 자동차 시장이 살아나면서 작년 같은 경우 365일 가운데 휴무기간이 23일 밖에 안될 정도로 발주량이 꾸준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현대모비스는 2005년 2월 북미 법인을 설립하고 미시건주와 오하이오주에 각각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새시모듈은 차량의 하부에 조립되는 부품을 총칭하는 것이다. 조향, 제동 장치 등 동력 전달 시스템의 부품들을 모듈화 한 것을 말한다. 한때 멈췄던 이 공장은 현재 쉴틈 없이 돌아간다. 2009년 크라이슬러가 현대모비스에 이 공장을 인수해 줄 것을 요청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빠르게 미국 자동차 시장이 살아날지는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미국 경제의 회복과 함께 자동차 산업이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또 현대모비스는 2006년부터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크라이슬러 톨레도공장 부지 내에 공장을 건립하고 협력관계를 맺어오면서 강한 신뢰가 구축된 상태였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1년새 5% 이상 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50만대로 떨어졌던 미국 내 빅3 자동차 회사(GMㆍ포드ㆍ피아트크라이슬러) 판매량은 950만대까지 회복했다. 북미 자동차 시장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크라이슬러와 현대모비스가 지켜온 신의와 믿음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활로 보답받은 셈이다. 박진우 법인장은 "크라이슬러의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모비스의 생산량도 증가하고 있다"며 "새시모듈 품질확보와 생산증대 노력을 통해 크라이슬러의 경쟁력도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디트로이트 공장 안에는 1대에 약 27억원이나 하는 첨단 고급 설비들을 비롯해 다양한 장치들과 자재들을 통해 제품이 조립되고 있다.

<b/>◇ 매년 생산량 늘고 가동률 95% 넘어= 현대모비스 미시간 공장은 2010년 5월 모듈 양산을 시작한 이후 매년 생산량이 늘고 있다. 생산 첫해 10만5000대에 불과했던 물량은 2011년 24만6000대, 2014년 36만1000대까지 늘었다. 디트로이트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6만대다. 현재 가동률 95%를 넘어섰다. 김민철 생산관리ㆍ자재파트 과장은 "미시간 공장이 생산하는 새시 모듈이 들어가는 SUV 차종의 판매가 늘어난 데다 발주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연간 물량 목표는 36만5000대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디트로이트 공장의 생산 라인은 'ㅁ' 모양이다. 원활한 물류 흐름을 위해서는 'ㅡ' 모양이 유리하지만 이 공장의 경우 인수 당시 면적이 좁아서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b/>◇ 불리한 공장구조, 품질경영으로 극복= 현대모비스는 생산성과 품질관리 극대화를 위해 '액슬서브라인'과 '오류방지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액슬서브라인은 차량 한 대 분량의 자재가 모두 들어있는 자재박스가 라인을 따라 작업자에게 전달되면 작업자들이 해당 작업에 필요한 부품을 꺼내 조립하는 방식이다. 자재박스는 무인공급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근로자에게 전달되므로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지난해 초에는 150억원 정도를 투자해 메인 컨베이어 벨트를 새로 교체했다. 2013년부터 일부 설비를 교체해왔으나 아예 라인을 교체한 것이다. 또 작업자들의 작업 능률이 올라갈 수 있도록 라인 높이도 작업자 평균 신장에 맞춰 재조정했다.오류방지 시스템은 작업자의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이종부품 방지랙, 바코드시스템, 체결보증시스템을 설치하고 각 부품을 체결하는 모든 공정에 첨단 전동 공구를 사용해 체결 정확도를 높였다.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작업자들은 모두 개인 컴퓨터를 로그인해 업무를 시작하고 컴퓨터를 통해 작업 지시표, 조립 동영상, 품질 정보 등을 확인해 조립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박 법인장은 "올해에는 크라이슬러 외에 포드자동차와의 협력관계도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계획"이라며 "포드쪽에서도 과거 미온적인 자세와 달리 최근 들어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계획에 없던 미팅까지 요청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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