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수학 못해도 이과를 선택해야할까요?'중·고등학생 224만명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이과와 문과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지 고민하는 고1 학생의 질문이었다. 댓글에는 '이과'를 선택하라는 답변이 줄을 이었다. '수학을 너무 못하는 것이 아니라면 취업을 생각해 이과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나는 문과 과목 점수가 높았지만 직장 때문에 이과를 선택했다'는 대답이었다. 적성이 아닌 일자리를 위해 '이과'를 선택하라는 조언이었다.극심한 취업난에 교육 판도까지 바뀌고 있다. 취업준비생과 대학생에 이어 중·고등학생들마저 취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문·이과의 기로에서 중·고등학생들은 적성이 아닌 취업을 염두에 두고 학습 과목을 선택하고 있다.그동안 수학 공부의 어려움으로 수많은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양산했던 이과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최근 인기를 얻는 이유다.이같은 현상은 최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나타났다. 전체 수능 응시자 중 이과생이 주로 보는 과학탐구 선택자 비율은 2012학년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탐구 영역 중 과탐 응시 비율은 2012학년도 36.7%에서 2013학년도 39.3%, 올해 수능에서 40.2%까지 증가했다.수능 전체 응시 인원이 2012학년도(69만3000여명)에 비해 올해(63만1000여명) 6만2000여명 가량 감소했지만 과탐 영역을 치르는 수험생 감소폭은 5000여명에 그쳤다. 이에 반해 문과 학생들이 치르는 사회탐구 영역은 2012년에 비해 올해 4만2000여명 가량 줄었다. 과탐 응시생의 8배 수준인 것이다.취업 걱정에 학부모들도 자녀가 인문계가 아닌 자연계를 선택하길 바라는 경향을 보인다. 고1 자녀를 둔 유 모씨(49·여)는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는 걸 보니 이공계로 대학에 가 기술을 배우는 편이 훨씬 나은 것 같다"며 "아이가 인문계 성향을 가진 듯 하지만 취업이 워낙 어렵다보니 내심 이과를 선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