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정기국회 마지막날 2시간58분동안 117건 처리…회의 막판엔 의원이 없어 속개 못할 뻔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작동불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국회가 19대 정기국회 마지막날이었던 9일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을 달성했다. 역대 100여건 이상을 처리한 국회 본회의 가운데서도 가장 무성의하게 초고속으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날 법안 1건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1분 31초에 불과했다. 이날 국회는 한 차례를 정회를 거치며 총 2시간58분 동안 117건의 의안을 처리했다. 아시아경제가 국회 회의록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제헌국회 이래로 100건 이상의 의안이 처리된 본회의는 11차례였다. 9일 국회는 이 가운데서도 가장 법안을 빨리 처리했다. 과거에는 법안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토론도 있었고 의원들간의 설전도 있었지만 이날 본회의는 단 한차례의 토론도 없이 전광석화처럼 법안에 대해 찬반 버튼만 눌렀다.
특히 이번 본회의는 여야간의 쟁점있던 6개 법안(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ㆍ사회적경제기본법ㆍ기업활력제고법ㆍ대중소기업상생법ㆍ테러방지법ㆍ북한인권법)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탓에 본회의에서 다뤄지는 다른 법안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의원들의 세심한 검토가 절실했지만, 저녁시간을 앞두고 법안 처리 속도는 갈수록 빨라졌다.그나마도 이날 본회의는 국회의원들이 너무 많이 자리를 비워 의결정족수 부족 사태를 겪은 탓에 회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117건의 안건 중 114건의 안건이 처리된 뒤 여야 쟁점 6개 법안 처리를 위해 여야 지도부와 담판을 짓기 위해 정회를 선언했다. 의원들은 물밀듯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 결과 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간의 20분 협상 뒤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수는 의결정족수보다 8명이 부족했다.정 의장은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시간을 끌었지만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데는 10여분이 더 걸렸다. 국회는 방송까지 동원해 의원들을 불러 모아야 했다. 이 덕에 19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을 처리 못하는 '망신'은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이날 의원들이 심의한 법안 가운데는 '윤일병 폭행 사건' 재발 방지 대책도 있었고, 공무상 부상을 당했을 경우 민간병원 치료비를 국가가 계속 책임지게 하는 '곽하사법'도 있었다. 또 벌금이 없어 교도소에 가야 했던 사람들에게 집행유예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장발장법'도 처리됐다. 국민들 삶에 있어 막대한 영향을 주는 이 법들은 국회의원들의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1분31초마다 하나씩 처리됐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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