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한식이라 불러다오, '짬뽕'

짬뽕

한국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외국에 나가 오래 있게 되면 먹고 싶은 음식들이 하나둘 떠오르게 된다. 맨 처음으론 김치 생각이 간절해지다가 구수~한 냄새 때문에 끓여먹기 힘든 된장찌개, 청국장도 떠오르고, 비 오는 날이면 김치전에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외국 유학시절 한국 음식들이 떠오를 때마다 비슷한 재료들을 구해 겨우 흉내를 내어 그리움을 달래 보았지만 한 가지!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짬뽕이다. 전화 한 통이면 집 현관까지 배달해주던 그 음식을 집에서 해 먹는다?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일이었지만 차로 장장 세 시간을 달려야 한국 식당에 갈 수 있는 상황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동네에 흔하디흔한 중국 식당에는 왜 짬뽕이 없는거지? 중국 음식점 메뉴판에선 코빼기도 찾을 수 없는 짬뽕은 중식일까? 한식일까?

짬뽕은 중국말로는 차오마?x(炒馬麵)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말인 짬뽕은 일본어 잔폰(ちゃんぽん)에서 유래한 말이다. 짬뽕의 유래는 19세기 말 일본 나가사키에 살던 중국인에 의해서 현지화한 음식이라는 ‘나가사키 유래설’과 산둥성 출신의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인천에서 한국인들의 식성에 맞도록 매운맛을 더하여 발전시켰다는 ‘인천 유래설’이 있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가 아는 빨간 국물의 얼큰한 짬뽕은 현재는 중국에도, 일본에도 없고 한국에만 있는 완전한 한국 음식이다. 면의 맛을 중요시 여기는 중국이나 일본의 짬뽕과 달리 한국에서는 국물 맛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홍합짬뽕, 해물짬뽕, 굴짬뽕 등처럼 각종 해물로 시원한 국물 맛을 내거나 옛날식으로 돼지고기를 넣어 깊고 묵직한 맛을 내기도 한다.

외국에서 향수병이 스멀스멀 찾아올 땐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불러 모아 우리음식 한상 차려 먹으면 그것만큼 약이 되는 것도 없다. 고향이 그립다며 울적해하는 친구들에게 얼큰~한 짬뽕 한 그릇 끓여주면 그날만큼은 아마도 영웅 대접을 받을 것이다. 어느 나라든 슈퍼마켓에 가면 종류는 달라도 몇 가지 해물은 꼭 있다. 생물이 없다면 냉동도 좋으니 해물 듬뿍 넣고 시원~한 짬뽕에 도전해보자.

재료(2인분)

오징어 1/2마리, 바지락 1/2봉지, 청경채 2포기, 양파 1/3개, 당근 30g, 목이버섯 3g, 고추기름 2, 다진마늘 1, 다진 생강 약간, 고춧가루 2, 새우 1/2컵, 닭 육수 5컵, 굴소스 2,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면 400g

만들기

1. 오징어 1/2마리는 내장과 껍질을 제거한 후 안쪽에 잔 칼집을 내어 4cm 길이로 썰고, 바지락 1/2봉지는 엷은 소금물에 담가 해감한 후 깨끗이 씻는다.

2. 청경채 2포기는 흐르는 물에 씻어 밑동을 자르고 큰 잎은 반으로 자른다. 양파 1/3개, 당근 30g은 4cm 길이로 채 썰고, 목이버섯 3g은 미지근한 물에 불려 한 입 크기로 찢는다.

3. 냄비에 고추기름 2를 두르고 다진 마늘 1, 다진 생강을 약간 넣어 볶다가 고춧가루 2를 넣어 볶는다. 새우 1/2컵, 오징어, 바지락을 넣어 볶다가 닭 육수 5컵을 부어 끓인다.

(Tip 식용유 1컵을 고춧가루를 약간 넣었을 때 지글지글 끓는 정도의 온도(150℃)가 되도록 끓여 고춧가루 1/4컵을 넣고 불을 끈 후 고춧가루가 모두 가라앉으면 고운 체나 키친타월에 걸러 고추기름을 만든다.)

4. 국물이 우러나면 청경채, 양파, 당근, 목이버섯을 넣고 끓이다가 굴소스 2를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면 400g은 끓는 물에 저어가며 삶아 건져 물기를 뺀 후 그릇에 담고 국물을 붓는다.

글=푸드디렉터 오현경,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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