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의 해외사업장 모습.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금명간 출범예정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수주가뭄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AIIB 예정 창립 회원국들은 자국 내 비준동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10개국, 지분율 50% 이상의 국가에서 비준 절차가 끝나면 AIIB는 정식 출범한다. 지난 3월 가입을 결정한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설립 협정문 비준동의안을 논의하고 있다.정부와 민간은 AIIB 출범 초기에는 연간 80억달러~100억달러의 투자지원이 예상되며, 국내기관의 자금이 투입된 협조융자(Co-financing)사업은 국내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정부와 민간, 연구기관들은 최근 잇달아 세미나를 열어 AIIB의 출범을 계기로 해외프로젝트를 활성화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양재동 KOTRA에서 KOTRA 주관·국제산업 컨설팅포럼 주최로 열린 '해외프로젝트 수주환경 변화 대응 세미나' 에 참석, "AIIB 활용 등 체계적인 해외프로젝트 수주전략 마련을 위한 민관 협력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한 국제산업 컨설팅 포럼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윤 장관은 특히 그간 축적된 제조업, 건설, 정보통신, 원전 등 해외사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고 나아가 사업 타당성과 금융조달 능력 제고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내년초 경 출범 예정인 AIIB는 우리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참여에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에너지 신산업 등 유망분야 프로젝트 발굴, 개발 등 AIIB 활용을 위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AIIB 등과의 네트워크 구축, 관련 정보공유를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참석자들은 또한 저유가 등으로 해외 프로젝트 수주환경이 변화되는 시기에 '중동지역 편중, 대기업 중심, 도급사업 위주'로 특징되는 우리 나라 해외 프로젝트 사업의 구조적 변화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일부 발주국가에서 제안하고 있는 현물 결제방식과 함께 중소·중견기업의 에너지 신산업 등 유망사업의 해외진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중소기업 참가자는 중소기업이 수주현장에서 겪는 금융조달의 어려움과 수주기회 상실의 사례를 소개하며 정책금융기관과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했다.이에 앞서 13일에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연구원이 상의에서 'AIIB 출범과 한국의 활용전략 컨퍼런스를 공동으로 열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은 축사에서 "정부가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기업과 금융기관의 진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코리아 패키지(Korea Package)'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주 차관은 "AIIB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분야별로 우리 기업의 아시아 인프라 시장 확대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리아 패키지에는 우리 기업의 수주 역량을 높이는 민관합동 종합 지원체계 구축 방안은 물론 과당 경쟁에 따른 저가수주 등 나쁜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포함될 예정이다.주 차관은 최근 거액의 기술 수출 계약으로 주목받는 한미약품 사례를 들면서 "해외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고부가가치 기술개발 및 체질개선 없이는 AIIB를 통한 해외 인프라 사업 추진이 오히려 심각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기업과 금융사의 자발적인 노력도 촉구했다.컨퍼런스에서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소박사는 "AIIB가 선호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하바롭스크 등 러시아 극동 9개 선도개발 구역 프로젝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AIIB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다른 다자간개발은행(MDB)들이 다소 소홀히 했던 동북아시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지만, AIIB 자금이 북한 인프라 개발 투자에 적극 활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박사는 초기 사업 발굴과 관련해서는 "베이징 본부(HQ) 보다는 아시아 역내 현지 오피스를 중심으로 수원국 정부의 지원 의지가 강하고 민간투자 참여가 용이한 사업성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태수 수출입은행 부장은 공적개발원조와 AIIB 투자자금의 연계 구상을 제안했다. AIIB 초기 사업발굴 단계에서는 한국의 개발경험을 개도국과 공유하는 지식기반의 KSP(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 사업을 통해 AIIB와 공동 컨설팅하고, 사업시행 단계에서는 우리정부가 보유한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자금을 활용해서 사업형태에 따라 협조융자(베트남 밤콘 교량사업 사례) 또는 민관협력사업(PPP) 협조융자(라오스 세피안-세남모이 수력발전 사업 사례) 형태로 사업추진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한편,최근 우리나라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실적은 연평균 650억달러 수준으로 최근 5년간 시공 매출액 기준으로 중국, 스페인,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권(점유율 약 7.1%)에 진입한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외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동지역 프로젝트와 플랜트 도급공사 수주에 편중되어 유가 변동 등 대외환경 변화에 취약하고 투자개발형사업 등 고부가가치 분야 진출은 미흡한 실정이다. 2014년 기준 중동지역이 전체 사업수주의 48%, 플랜트의 경우 78% 차지하고 있으며 수주유형은 도급공사 85%, 시공자 금융주선 12%, 투자개발형 사업은 3% 불과하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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