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수능]'마지막 시험 되길, 잘 하고 오렴'…응원·격려 쏟아졌다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 "나비처럼 훨훨 대학으로 날아가세요."12일 오전 전국에서 일제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시작됐다. 지난 13년간 이날을 위해 실력을 갈고 닦아왔던 학생들은 긴장감 어린 표정으로 고사장에 입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곁에선 학부모ㆍ교사ㆍ후배 학생들은 밝은 표정으로 '사회 첫 발걸음'을 내딛는 수험생들의 성공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이날 오전 7시께 서울 경복고등학교 앞. 고사장 입실까지 1시간 이상이 남은 시점이었지만, 벌써부터 학교 정문 앞은 응원을 위해 나선 학부모ㆍ교사ㆍ학생과 취재진으로 물 샐틈 없이 북적였다. 예년의 '수능한파'와 달리 퍽 날씨가 푹한 탓인지 수험생들은 대부분 운동복 등 가벼운 옷차림을 한 채로 나타났다. 너나 할 것 없이 보온도시락을 손에 든 학생들은 학교 앞서 선생님과 후배들에게 격려를 받으며 고사장으로 입실했다. 일찌감치 고사장을 찾은 수험생 김모(19)군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며 "그저 재수나 하지 않도록 공부한 만큼만 점수가 나와 줬으면 좋겠다"는 말만 남기고 이내 사라졌다. 어린 제자들을 시험장으로 보낸 학부모와 교사들의 표정에는 연민이 어려 있었다. 둘째 아들(19)을 고사장으로 보낸 박진원(46ㆍ여)씨는 "첫째 아이는 수능 전 대학에 합격 해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이번 만큼은 많이 긴장된다. 아이는 침착한데 오히려 아빠ㆍ엄마가 불안해하는 느낌이다"라며 "사회의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어서 그런지 기분이 이상하고 짠하다"고 말했다.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이동은 동성고 교사도 "3년째 제자들을 고사장으로 보내고 있다"며 "앞으로 고생할 일이 더 많을 텐데, 미리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긴장을 풀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중경고, 환일고, 중앙고, 용산고, 동성고 등 인근 지역에서 온 후배 학생들은 저마다 북ㆍ꽹과리ㆍ장구로 화려한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중앙고 학생 전체 차렷! 중! 앙!"과 같은 거수경례를 하거나, 큰 목소리로 "우리는 크게 쓰는 인재가 되어, 거룩한 빛 밝히는 동성학교"와 같은 교가를 부르는 등 선배 응원에 나섰다. 자원해 응원에 참가했다는 중앙고 학생 김경수(17)군은 "선배들의 모습이 얼마 후 내 일이 된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이 든다"며 "선배들이 시험을 잘 보면 기분도 좋고, 학교 분위기도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이날 고사장에서는 현역 수험생이 아닌 재수ㆍ삼수생도 찾아 볼 수 있었다. 삼수에 도전하는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왔다는 대학생 박태상ㆍ박세현(21)씨는 "삼수하는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왔는데, 예상치 못했던 다른 동창들도 많아 안타까웠다"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시험을 치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같은 시각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 이곳에서도 고사장으로 입실하는 자녀ㆍ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한 발걸음이 계속됐다. 할머니, 부모, 동생까지 총 출동한 가족부터 고사장 앞서 두 눈을 감은 채 기도하는 모자(母子)까지 다양했다. 응원에 나선 한 교사는 시계를 잊고 왔다는 제자에게 손목시계를 풀어주며 "내일 꼭 줘야 돼. 선물 받은 거거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오전 8시를 넘어서자 각 고사장에는 긴장감이 엿보였다. 입실까지 채 30분도 남지 않아서다. 특히 시간이 임박하며 경찰 순찰차, 오토바이 동호회나 학부모 모임에서 준비한 오토바이를 타고 급히 입실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입실 완료시간인 8시10분께가 되자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한 학생은 자신의 고사장인 이화여고와 이화외고를 착각한 탓에 간신히 고사장 입실에 성공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입실 완료시간이 지났음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경복고 앞에서 만난 신모(51ㆍ여)씨는 "최소한 문이 닫히고 시험이 시작되는 시간까지는 마음이라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화외고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학부모 김모(46ㆍ여)씨는 "후배들의 응원을 받고 펑펑 우는 아이를 보니 들여보내고 나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며 "같이 온 학부모들과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고 전했다.이날 각 고사장에서는 63만명에 달하는 '새 고객'을 맞는 각 업체들의 홍보전도 뜨거웠다. 구인업체 '알바천국'은 노란색 옷을 갖춰 입고 나와 '이미 합격각('~할 상태다'를 뜻하는 인터넷 용어)'이라는 피켓을 들었다. 또 다른 구인업체 '알바몬'은 휴대용 보조배터리를 나눠주며 홍보에 나섰고, 요식업체 '설빙'은 고사장을 찾은 이들에게 유자차를 나눠주며 응원에 나섰다. 한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오전 7시40분께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화외고를 찾았다.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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