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이틀째 편해진 혈육의 온기

[금강산=공동취재단ㆍ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혈육의 온기를 향한 본능적인 이끌림에 60여 년간 켜켜이 쌓인 차가운 세월도 설 자리를 잃었다.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개별상봉과 공동중식을 통해 감격스런 만남을 이어간 가족들은 첫날보다 한층 서로가 편안해진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9시30분(북한 시간 9시) 금강산호텔에서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개별상봉에서 가족들은 그동안 나누지 못한 애틋한 정을 나눴다. 가족별로 비공개로 진행된데다 이미 전날의 단체상봉, 환영만찬에서 격한 감정을 쏟아내서인지 가족들은 한결 어색함을 덜어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북측 량만룡(83) 할아버지의 조카 양영례(67)씨는 개별상봉이 끝난 뒤 "오늘 또보니까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마음을 여니까"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가족들은 량씨가 조카들에게 짧은 글을 하나씩 건넸다며 "'가족끼리 친절하게 잘 살아라. 잘 왕래하며 살아라' 등의 내용이었다"고 소개했다. 북측 도흥규(85) 할아버지의 외조카 윤인수(59)씨는 개별상봉이 끝나고 "어제는감정이 북받쳐서 말을 잘 못했는데 오늘은 사근사근 잘 얘기하셨다"고 가족의 변화를 짚기도 했다. 북측 남철순(80) 할머니의 여동생 순옥씨도 "어제는 조금 어색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방에서 웃고 떠들고 조금 편하게 얘기했다"고 돌아봤다. 낮 12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이어진 공동중식에서도 가족들은 서로 음식을 먹여주고 술도 따라주며 회한을 풀었다. 북측 오인세(83) 할아버지의 형수 이동임(93) 할머니는 점심 자리에서 "밉다니까 미워. 그때 기억을 나는 잊지 않았는데 (어제) 나를 몰라본다고 하니 그렇게 미울 수가 없어"라고 투정하면서도 시동생의 손을 꼭 잡아줬다. 가족들은 한편으로는 헤어진 세월에 비하면 티끌과 같을 2시간씩 이어지는 '징검다리' 상봉이 감질나는 듯 짙은 아쉬움도 감추지 못했다. 도흥규씨 조카 이민희(54)씨는 "개별상봉이 2시간밖에 없어 너무 아쉽다"며 "(1시간 뒤 공동중식이면) 그냥 여기 나와서 단풍나무 앞에서 사진도 찍고 같이 점심 먹으러 가면 좋겠다. 이렇게 다시 헤어졌다 봐야 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첫 상봉이 끝나갈 때 삼촌이 이걸로 모든 상봉이 끝난 줄 알고 2시간 만날 것이면 상봉을 왜 하느냐며 화를 내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북측 강영숙(82) 할머니의 사촌동생 강정구(81)씨는 "이런 상봉행사가 중요한게아니다. 이렇게 한번씩 만나는 것으로는...(부족하다)"면서 "서신 교환이 수시로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들은 개별상봉을 마친 북측 가족들이 버스를 타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몇 분 뒤면 밥 먹으러 올 걸 왜 저렇게 버스에 태워 가는지..."라고 안타까워했다.개별상봉과 공동중식을 마친 이산가족은 오후 4시30분에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다시 단체상봉을 한다.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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