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비라그라 제품(사진 왼쪽)과 한미약품의 '팔팔정' 제품. 사진제공=대법원
한미약품 측은 "원고 디자인은 푸른색의 약간 둥근 마름모형 모양이고, 피고 제품들은 직선 중심의 육각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양 디자인의 전반적인 특성이 명확하게 구별된다"고 반박했다. 1심은 한미약품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전문의약품으로서 의사나 약사 등 의약관련 종사자들은 의약품의 모양과 색깔의 유사성으로 인하여 의약품을 혼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두 약품의 형태와 색상이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곧바로 혼동을 일으키게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한미약품이 '팔팔정'을 제조하거나 전시해서는 안 되며 완제품은 모두 폐기하라는 내용의 선고를 통해 화이자 측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피고 제품들은 원고 제품형태를 그대로 모방하여 그 식별력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그 혼동 가능성 역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심 재판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비아그라가 마름모꼴의 푸른색 알약으로 지속적으로 광고활동을 했다는 점을 고려해 "이 사건 등록상표는 그 상표출원 전에 오랜 기간 특정상품에 사용된 결과 수요자 간에 그 상표가 원고들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한 것으로 현저하게 인식되어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대법원
다만 대법원은 "형상과 색채의 결합이 알약의 본래적인 기능을 넘어서는 기술적 요소가 발휘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등록상표는 상표등록을 받고자 하는 상품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 불가결한 입체적 형상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비록 이 사건 등록상표와 피고 제품들의 형태에 공통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 형태에 차이점도 존재한다"면서 "전문의약품으로서 대부분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사에 의하여 투약되고 있는 피고 제품들은 그 포장과 제품 자체에 기재된 명칭과 피고의 문자상표 및 상호 등에 의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와 구별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품의 입체적 형상으로 된 입체상표가 본래적 식별력을 갖지는 못하더라도, 그 상표출원 전에 오랜 기간 특정상품에 사용된 결과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한 사례"라면서 "입체상표의 기능성 판단 기준을 최초로 설시하고, 상표등록을 받고자 하는 상품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 불가결한 입체적 형상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인정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