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방 주도에 불협화음 많지만…내수 부양책 '먹혔다'

지난 3일 롯데백화점 본점 9층 행사장. 아웃도어, 핸드백, 주방용품 등의 할인행사로 북적이고 있다.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소비 활성화 정책코리아 그랜드세일ㆍ블랙프라이데이 등 일방적 추진에 논란도 많아메르스 이전 상태로 회복한 외국인 입국자 증가…타이밍 절묘 '노림수 통했다'[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침체된 소비를 살리기 위해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내수부양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다. 코리아 그랜드세일에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까지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소비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추진했다.그러나 논란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매장, 제한된 품목에 한해서만 진행하거나 제조업체에는 별도로 협조를 구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실제로 가격할인 혜택을 보기는 어려운 형태로 급조된 행사라는 지적이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면서 무리한 반쪽정책이라는 지적에도 불구, 소비자들의 지갑 열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정부는 지난 8월26일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메르스 영향으로 국내 내수 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내수 지표 개선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소비 활성화 정책을 살펴보면 승용차, 대용량 가전제품에 대한 개소세를 연말까지 30% 인하, 대규모 세일행사 개최 및 관광ㆍ여가 활성화, 주택연금 활성화 및 소비재 수입 경쟁 제고 등이다.올해 연말까지 승용차, 대용량 가전제품, 녹용 및 로열젤리, 방향용 화장품에 대한 개소세를 30% 인하했다. 또한 가구, 사진기, 시계, 가방, 귀금속 등 고가 제품에 대한 과세기준가격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했다. 개소세 인하와 코리아 그랜드세일에 들어갔다. 8월14일부터 10월31일까지 진행되며 294개 업체, 3만1963개 업소가 참여하고 있다. 예년과 달리 내국인까지 할인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도 이의 일환이다. 백화점과 더불어 전통시장, 슈퍼마켓, 온라인 쇼핑몰도 참여하는 사상 최대의 할인 행사가 될 것이라고 정부는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실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예상보다 높은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중국의 최대 명절인 국경절(1~7일)에 시작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의 매출까지 더해지면서 백화점마다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지난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전년대비 23.6% 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이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인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4개월만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27.6% 신장했다. 신세계 백화점은 전년보다 무려 36.7% 급신장했다. 여성 54.7%, 남성 39.8%, 스포츠 35.0%, 아동 21.1% 등 전반적으로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특히 단가가 높은 주얼리ㆍ시계는 57.4%, 컨템포러리의류는 무려 88.5%나 급증했다. 내국인과 함께 외국인들의 소비가 급증한 것이 요인으로 풀이된다. 9~10월 중국 중추절, 국경절 기간 중 중국 인바운드 소비 확대 시즌이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연휴 기간 동안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2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부는 현재 외국인 입국자가 메르스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지난 8월25일 발표했다. 메르스 이전 일평균 3.9만 명이었던 입국자 수는 25일 1만2000명까지 크게 감소했다. 이후 메르스가 진정되는 7월부터 일 평균 2만 명대를 회복하고, 8월 중순에는 3만 명대를 회복했다. 이후 메르스 이전수준을 기록했다.특히 중국인 입국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현재 중국인 입국자는 2만3000명으로 메르스 이전인 5월 평균 입국자 1.9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성공하면 중국인 관광객 소비 효과로 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제주체의 경기불안 심리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소비주도의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9월 추석 특수기를 보내고 4분기 코리아그랜드 바겐세일 및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소비경기 부양정책이 진행되기 때문에 효과를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일산 이마트의 화장품 및 의류 판매 코너. 1층 식품관은 발디딜 틈 없이 붐비지만, 그 외에는 다소 한산하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재래시장 등은 정부 주도 행사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내에 대형마트의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다. 행사 첫 날이던 1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2%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행사 자체가 급조된 면이 있고, 기존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기획돼 사실상 참여업체들 입장에서는 '뭘 더 어떻게 내놓으라는 거냐'는 평이 많다"면서 "정부는 국경절 덕에 중국인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의 자연증가분을 성과로 내놓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부실한 세일 내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난이나 실망의 화살은 각 업체들이 감당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은 재고도 없이 이미 잘 팔리는 제품을 아무 이유 없이 큰 폭의 할인을 할 필요가 없었고, 그렇다보디 유통업체들이 유통마진만 줄여주는 정도의 세일을 진행, 소비자들이 느끼는 할인폭은 기존 세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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