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경쟁력, 노동ㆍ금융개혁에 달려

세계경제포럼(WEF)이 우리나라의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를 조사대상 140개국 가운데 26위라고 오늘 발표했다. 얼핏 괜찮은 성적표로 보이지만 내용을 보면 결코 만족해할 만한 결과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의 하향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2007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거시경제 환경, 인프라, 시장 규모는 비교적 상위권인 데 반해 금융 성숙도, 노동시장 효율성, 조세정책의 근로의욕 고취도, 정부규제 체감도 등에선 낙제 수준에 머물러 있다.경제의 외형과 운용역량 간에 불균형이 크다는 얘기다. 객관적 통계보다 주관적 설문에 의해 순위가 결정되는 등 국가경쟁력 산정 기준에 대한 회의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를 우리 경제에 대한 취약점의 진단 및 숙제의 제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013년 이래의 25~26위권 수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2007년 역대 최고인 11위까지 상승한 이후 2012년 24위에서 19위로 한 차례 오른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되는 하향세에서도 탈피하지 못했다. 거시경제, 인프라 등이 포함된 기본요인 순위는 지난해 20위에서 18위로 올랐으나 일부 분야의 효율성에서 최하위권을 나타내 순위가 떨어졌다. 특히 노동 및 금융시장이 비효율적인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가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노동, 공공, 금융, 교육 등 4대 분야 가운데 2개 부문이 문제인 것으로 꼽힌 것이다. 이들 부문의 개혁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노동시장 효율성은 작년보다 세 계단 올랐지만 83위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정리해고 비용과 고용 및 해고 관행 등에서 100위권 바깥에 머물러 있고 특히 노사 간 협력은 132위로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노동개혁 대타협의 성과가 소중한 한편 개혁에 더욱 가속도를 내야 할 이유를 제시해 주는 결과다.금융 부문이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은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금융시장 성숙도는 80위에서 87위로 떨어졌는데, 이는 금융개혁이 말은 무성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물론 금융서비스 이용가능성, 대출 용이성, 은행 건전성 등을 종합한 금융시장 경쟁력이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낮게 나타난 것이 과연 객관적인지에 대한 의문은 든다. 이는 국가경쟁력 평가가 해당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답변내용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만큼 한국 금융이 기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낙후돼 있다고 보는 경제 주체들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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