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3일 잠실 올림픽 보조경기장서 외국인근로자 체육대회 개최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오늘 하루 만은 온갖 스트레스, 차별, 설움 다 잊고 한마음이 돼 마음껏 즐겼어요. 서로 처지가 비슷한 외국인 근로자들끼리 어울려 놀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한번 뿐이랍니다."13일 오전 잠실 올림픽보조경기장에는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은 외국인 근로자와 내국인들이 모여들었다. 서울시가 개최한 '제5회 외국인근로자 체육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이 행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모처럼 스트레스를 풀고 서로 모여 위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한편 내국인들도 함께 참여해 서로의 마음을 위로해 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 내 7개 외국인근로자센터 소속 외국인 근로자와 내국인 1500여명이 참석했다. 체육대회에 참석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오랜만에 나들이에 나선 듯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 채 가족과 친구들과 운동장 곳곳을 누볐다. 운동장에는 외국인 체육대회라는 것을 나타내듯 필리핀, 베트남 등 여러 국가의 국기도 등장해 흥을 돋웠다.이날 체육대회에서는 축구, 단체줄넘기,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등 각종 경기가 진행됐다. 국적에 관계없이 외국인 근로자들이 서로 어울렸다. 이날 체육대회의 백미는 응원전이었다. 점심식사 후 이뤄진 응원전에서는 각 센터가 별도로 준비한 응원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센터 응원단들은 체육대회에 앞서 수차례 연습하는 열의를 보였고 단체티셔츠를 개조하는 등 복장과 응원도구도 따로 준비했다. 이들은 노라조의 '슈퍼맨', 박상철의 '무조건' 등 한국 가요에 맞춰 응원을 선보였다.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한 관계자는 "센터 내 몽골, 베트남, 필리핀 등 국가별 그룹이 있는데 국가별로 즐기는 문화가 차이가 있어 필리핀 외국인 근로자들이 중심이 돼 응원전을 준비했다"며 "5번 정도 모여 안무를 맞춰보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외국인근로자들이 이토록 열정적으로 이 체육대회에 참여하는 이유는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이같은 행사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날 체육대회에 온 참가자들은 이러한 행사가 외국인근로자에게 타국 생활 중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동일한 상황에 처해있는 다른 외국인근로자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글라데시인 무하마드 샤룩(28·남)씨는 "2년 반 전에 한국에 온 후 이 체육대회에 세번째 참석했다"며 "이곳에 오면 여러 국가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웃고 떠들 수 있어서 즐겁다"고 말했다. 원단회사에서 일한다는 그는 "이렇게 외국인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네팔에서 온 니마(30·남)씨도 "평소 이런 기회가 많지 않은 데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운동하고 응원도 할 수 있어서 신난다"고 말했다.미싱공장에서 일한다는 베트남인 최미진(24·여)씨는 "주말이라 친구 가족과 함께 왔다"며 "게임하는 게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이날 은평외국인근로자센터 봉사자로 응원단에 참여한 김 모씨(25·여)는 "평소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느라 이렇게 모이기 쉽지 않은 것 같더라"라며 "(체육대회에 오면)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외국인 근로자들이 운동 공간 대여 등에도 어려움을 겪어 이러한 모임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서남권글로벌센터 한 관계자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평소 시간이 많지도 않고, 장소를 대여하는 일도 쉽지 않다"며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에서 모일 수 있어 모두들 즐거워 한다"고 말했다.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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