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화 31일부터 본격화…"9월10일 데드라인"[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이번에는 노사정이 '쉬운 해고' 등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에서 대타협을 이룰 수 있을까.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31일부터 본격화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언급한 데드라인을 불과 10일가량 남긴 상황이다. 어렵게 재개된 노사정 대화가 또 다시 중단될 경우 '노동개혁'의 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전망이다.31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이병균 한국노총 사무총장,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이동응 경총 전무, 최영기 노사정위 상임위원은 이날부터 매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사회의를 열고 지난 4월 논의했던 초안을 바탕으로 쟁점사항을 정리한다. 첫 회의는 한국노총이 공공부문 원포인트 협의체 구성부터 확정할 것을 요구하며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노사정이 맞서고 있는 주요 쟁점은 '쉬운 해고'로 알려진 일반해고 기준ㆍ절차 명확화와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다. 이는 앞서 대타협이 결렬된 핵심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동계 대표격인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에 복귀하면서도 이 두 쟁점을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날 논의 의제를 확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재갈등이 우려된다.특히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요건을 명확히하는 내용의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은 법 개정이 아닌 노동계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안이지만, "쉬운 해고로 악용될 것"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반면 정부와 경영계는 노동시장 공정성과 유연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지수는 꼴찌 수준에 가깝다.또한 임금 등 취업규칙을 바꿀 때 노조 동의를 완화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역시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와 경영계는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안이다.이에 따라 두가지 쟁점을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중장기 과제로 돌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내 국회를 거쳐야하는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단기적 과제를 우선적으로 마치고, 중장기 과제는 토론회 등을 통해 접점을 확대해나간다는 그림인 셈이다.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감안할 때 정부로선 논의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는 명분이 생기고, 노총으로서도 또 다시 대화를 거부하며 판을 깼다는 부담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쟁점을 중장기 과제로 돌릴 경우 시간에 쫓겨 '절반의 타협'에 그쳤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4월 대타협 결렬에서 한발도 못나간 셈이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거듭 강조해온 '패키지 딜'과도 거리가 멀다.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실업급여 확대, 출퇴근 재해의 산업재해 인정 등 비정규직 문제를 제외한 5대 핵심법안은 국회일정으로 인해 늦어도 9월10일 이전까진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비정규직 등 문제는 다시 의제로 올려 논의는 이어가길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9월 초까지 노사정 합의안을 이끌어내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운 상태다. 이기권 장관 역시 9월10일을 데드라인으로 밝혔다.이미 노사정이 공감대를 형성한 분야에서도 세부 쟁점은 남아있다. 지난 4월 마련된 초안에는 고소득 임직원에 대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해당 재원으로 청년고용을 확대하는 내용, 상시ㆍ지속적인 업무에 대해 가급적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초안은 방향성 중심이기 때문에 근로소득 상위 10%에 대한 자율적 임금인상 자제,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의 구체적 실행방안에 있어서는 노사간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새 쟁점은 연장근로 수당에 대한 할증폭이 될 전망이다. 앞서 노사정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포함해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특별연장근로는 8시간으로 확정하는 내용 등에 잠정합의를 이뤘다. 다만 75%로 논의돼온 가산임금 할증률은 초안에서 최종 삭제됐었다. 현재 한국노총은 100%를 요구하고 있다.어렵게 재개된 노사정 대화가 또 다시 중단될 경우 노동개혁의 가능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다시 한번 노정갈등이 폭발하는 계기가 돼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정년연장제도가 정착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되는 향후 5년이 일자리 문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노동개혁없이 낮은 고용률이 고착화하면 고용-분배-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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