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중국의 세 차례 대규모 위안화 평가절하가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내수 부진을 수출 회복으로 만회하기 위해 자국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이는 결국 자국의 디플레이션을 해외로 수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글로벌 금융위기 후 전 세계적인 수요 부진은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중국도 디플레이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중국의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1.6%에 그쳤다.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치 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CPI의 선행지수 격인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41개월째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CPI상으로는 중국 경제가 저물가를 뜻하는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에 처해있는 셈이고, PPI를 보면 물가 자체가 떨어지는 심각한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져있는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수출가격을 떨어뜨려주는 효과가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회복된다는 것은 중국의 낮은 물가가 전 세계로 확산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다른 국가들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중국의 수출물가가 떨어지면서 엔화 약세에 의한 일본 물가 상승 효과가 상쇄된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나가이 유이치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이 수출품의 가격을 내리면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 가격 상승 효과가 상쇄돼 국내 물가를 짓누르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BOJ의 2% 물가 목표 달성이 더욱 요원해졌다는 것이다. 신문은 당장 자국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부양에 나서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OJ가 통화정책 운용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근원 CPI(신선식품 제외) 상승률은 6월에 0.1%에 그쳤다. BOJ는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의 수입물가를 상승시켜 일본 역내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사설을 통해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가 디플레이션 수출을 가속화시키고 중국의 무역 상대국이 경쟁적 자국 통화 평가절하에 나설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새로운 침체기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도 디플레이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 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서방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6월 유로존 CPI 상승률은 0.2%, 영국은 0%에 불과했다. 당장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졌던 영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지난 6일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중 가장 놀라웠던 일은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국 중앙은행)가 통화정책 운용의 기준으로 삼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6월에 1.3%를 기록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정책 목표치인 2%에는 한참 못 미친다. 한편 이번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수출을 살려 내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의도인데 이는 내수 중심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려는 중국 정부의 장기 경제정책 목표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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