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신동빈 회장, 日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서 신격호 총괄회장 해임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갈등 본격화 예고신 총괄회장의 선택에 향후 후계구도 뒤바뀔수도[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롯데그룹의 2세 간 경영권 다툼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룹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밀려나 있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이 쿠데타를 도모했기 때문이다. 한일 롯데그룹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즉각적인 대응으로 이번 반정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향후 소유권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알 수 없는데다 두 아들간 보유 지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그동안 롯데 후계구도 다툼은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상존해왔다. 특히 신동빈 체제로 가닥이 잡혀가던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이 남은 친족들과 손잡고 신 회장에 맞설 경우 승계작업은 뒤엉킬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번 쿠데타 도모가 향후 치열한 분쟁을 예고하는 전초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실상 원톱자리 굳혔던 동생에 반격나선 형=지난 15일 신 회장은 일본 롯데그룹의 주지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사실상 포스트 신격호로 후계구도의 틀이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자리를 비롯 한일 양국 계열사에 올린 이름이 모두 빠지면서 신 회장에 무게 중심이 쏠려왔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26일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된데 이어 올해 1월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도 물러났다. 신 회장은 이같은 결정이 신 총괄회의장의 뜻임을 밝혔다. 그는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직후 "앞으로 신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리더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하지만 불과 일주일여만에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남은 친족들과 함께 반란을 주도하면서 후계다툼은 수면위로 올라왔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7일 신 전 부회장의 주도로 5명의 친족들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오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소집해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포함한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신 회장 등 해임된 이사 6명은 이같은 결정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 불법적이라고 규정, 28일 정식 이사회를 열고 신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기에 이르렀다. 형이 고령으로 거동과 말이 불편한 아버지를 끌어들여 경영권을 넘보려 하자 아예 아버지의 힘을 못쓰게 만든 것이다. 한국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고령이기 때문에, 이번 일본행이나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등이 전적으로 총괄회장 본인의 의지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신 전 부회장의 '배후 조종설'을 암시했다.◆결국 신 총괄회장 의중에 달려=롯데그룹은 두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상존해 왔다. 신 회장이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로 선임됐지만 신 전 부회장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점할 만큼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불안 요소다.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7.65%를 갖고 있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이 19.1%,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은 이보다 조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우 두 형제가 각각 주식을 20% 안팎의 비슷한 비율로 갖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홀딩스 지분율은 28% 정도로 두 아들보다 높다. 즉, 신 총괄회장의 선택에 따라 여전히 롯데그룹 후계 구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롯데쇼핑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으로 13.4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지분도 13.45%로 두 형제의 차이는 고작 0.01%에 불과하다. 신 총괄회장이 상호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우호지분에 따라 얼마든지 대주주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형제 간 다툼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지난해 신 회장이 롯데푸드와 롯데케미컬 등의 지분을 사들이자 신 전 부회장이 곧바로 롯데제과 주식을 집중 매입하는 등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롯데그룹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친족들의 결정도 변수다. 신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 사이의 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롯데쇼핑ㆍ롯데칠성ㆍ롯데푸드ㆍ롯데제과 등 1∼2% 지분), 셋째 부인 슬하의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롯데쇼핑ㆍ롯데삼강ㆍ코리아세븐 등 1% 안팎 지분) 등도 일정 지분을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이들과 손잡고 신 회장에 맞서 지분 경쟁에 나설 경우 수싸움은 복잡해진다. 한편 두 아들이 경영권을 놓고 충돌하게 되면 롯데그룹은 2대에 걸쳐 형제간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도 1965년 국내 라면사업을 도입하려던 동생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갈등을 겪었다. 결국 신춘호 회장은 당초 롯데공업이었던 사명을 농심으로 변경하며 롯데에서 분리해 나왔다.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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